스프링캠프는 이미 끝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14일 프로야구 시범 경기가 시작된다. 144경기 정규 시즌 스케줄, 비활동 기간 준수로 2월 1일부터 시작한 캠프, 추운 날씨 등 이유로 예년보다 늦게 시작된다. 짧은 준비기이자, 야구팬들을 위한 2017 KBO 리그 리허설이다. 10개 구단의 시범 경기 체크포인트를 각 담당 기자가 짚었다.
▶두산 가장 행복한 고민을 하는 팀. 선발진 1번에서 4번까지는 최강이다. 5선발 후보를 찾는 게 시범 경기 과제다. 신인 박치국과 김명신은 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뽑힌 박치국은 사이드암으로 빠른공을 뿌린다. 브레이킹볼에도 능하다. 2차 2라운드에서 지명된 경성대 출신 우완 김명신은 시속 140km 중반대 빠른공에 대학 출신답게 구종이 다양하다. 두산 '판타스틱4'의 평균 나이는 32.5세. '다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NC 4번 타순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 3년 동안 124홈런을 때려 냈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밀워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테임즈는 30홈런과 12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괴물 타자였다. 테임즈 대신 영입한 메이저리그 50경기 경력의 자비에르 스크럭스가 KBO 리그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게 과제다. '예고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의 공백까지 고려하면 올해 타선이 감당해야 하는 숙제가 꽤 많다. 박석민과 나성범을 중심으로 권희동, 김성욱, 박민우 등 젊은 선수들이 상·하위타선에서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넥센 '구단 사상 가장 비싼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확인해야 한다. 110만 달러 몸값의 션 오설리반이다. 넥센은 오랫동안 외국인 선발투수 두 명을 팀의 기둥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해엔 15승 투수 신재영으로 버텼다. 라이언 피어밴드는 홈런이 너무 많았고, 로버트 코엘로는 볼넷이 너무 많았다. 오셜리반은 메이저리그 56경기 선발 등판 경력이지만 오키나와 연습 경기에선 부진했다. 오설리반의 주 무기는 우타자 몸 쪽으로 붙는 백도어 커터. 지난해까지의 스트라이크존과는 맞지 않는 구종이다.
▶ LG 양상문 LG 감독은 "전지훈련 성과에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한 선수들이 고민이다. 당장 뒷문이 헐거워졌다. 마무리 투수 임정우는 WBC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다. 오른어깨에 미세 염증 확진을 받았다. 이번주부터 캐치볼에 들어가지만 개막 엔트리 포함 여부기 불투명하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던 정찬헌은 뒤늦게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그도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셋업맨을 맡은 김지용, 베테랑 봉중근, 이동현의 컨디션이 중요해졌다.
▶KIA 최형우 영입과 안치홍·김선빈 복귀로 타선은 강력해졌다. 그러나 선발 마운드는 물음표가 많다. 확실한 선발투수는 리그 에이스 투수 양현종과 지난해 기량을 입증한 헥터 노에시뿐이다. 새롭게 합류한 좌완 팻 딘의 실력을 시범 경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윤석민이 어깨 수술로 이탈하면서 선발 두 자리가 비어 있다. 홍건희와 김윤동, 고효준, 김진우 등 여러 투수가 오키나와 캠프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아직 합격점을 받은 이는 없다. 시범 경기에서 나머지 선발 두 명을 확정해야 한다.
▶SK 에이스 김광현이 빠졌다. 2017시즌을 통으로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홀로서기가 필요한 SK다. SK는 김광현이 데뷔한 2007년 이후 '김광현 없는 시즌'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윤희상과 박종훈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존 메릴 켈리와 새롭게 영입된 스캇 다이아몬드까지 4선발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5선발은 확정되지 않았다. 후보는 많을수록 좋다. 스프링캠프에선 신예 왼손 투수 김성민이 두각을 나타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잔혹사'가 이어져선 안 된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영입 금액은 공식 발표 기준 330만 달러다. 프런트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돈을 썼다. 시범 경기에서 KBO 리그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하고, 상대 타자 타격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오간도는 전형적인 파워 피처,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구종과 제구가 특징이다. 두 투수의 피칭 스타일이 다른 만큼 적절한 조언이 필요하다.
▶ 롯데 새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의 기량이 최대 관심사다. 구속은 빠르지만 변화구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캠프 평가전 2경기에서도 3이닝 5실점에 그쳤다. 4·5선발 경쟁도 시범 경기를 통해 가려진다. 베테랑 송승준, 노경은에 신예 박진형, 김원중이 도전한다. 롯데 선발진은 지난 2시즌 동안 매우 부진했다. 승 수(77승)와 평균자책점(5.33) 모두 리그 8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근본 요인이다. 이대호는 시범 경기 초반 대타 출전이 유력하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화두로 꺼낸 '변화'와 '경쟁'이 시범 경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가 관심사다. 경쟁 틀은 짜여졌다. 내야는 FA 이원석, 건강한 조동찬, 주전 2루수 백상원, 최형우(KIA)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강한울 등이 경쟁 중이다. 외야는 박한이, 김헌곤, 배영섭, 이영욱 등이 사실상 한 자리를 놓고 다툰다. 5선발과 구원진도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부진의 최대 이유였던 외국인 선수의 플레이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kt 김진욱 감독을 부임 선발투수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년으론 쉽지 않다. 선발투수를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선발 10승을 올린 국내 투수가 없다. 탈꼴찌를 위해선 마운드, 특히 선발이 중요하다. 주권과 정대현도 믿음을 주는 검증된 선발투수는 아직 아니다. 올해는 기존 선발진에 고영표, 이상화, 심재민 등이 선발 경쟁에 가세했다. 시범 경기를 통해 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