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은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101표 중 65표를 받아 유력한 MVP 경쟁자였던 같은 팀 동료 이정현(30·35표)을 30표 차이로 따돌리고 MVP에 선정됐다. 올 시즌 데뷔 뒤 처음으로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4득점 8.4리바운드 3.4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긴 오세근은 창단 첫 우승과 함께 MVP까지 거머쥐는 기쁨을 안았다.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면서 MVP는 오세근과 이정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 득점 1위, 오세근은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만큼 누가 받더라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었다. 두 선수 역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막판 모두 내려놓고 임했다"며 누가 MVP를 수상하더라도 서로 축하해 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뒷받침한 오세근 쪽으로 MVP의 추가 기울었다. 골밑 경쟁은 물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수비 전체의 중심을 잡아준 오세근의 활약이 없었다면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 덕분이다.
2011~2012시즌 프로 무대를 밟은 오세근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근의 이름값, 그리고 그가 받은 기대를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데뷔 시즌에는 쟁쟁한 경쟁자인 김선형(29·SK), 최진수(28·오리온)를 제치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다. 실력과 투혼을 고루 갖춘 그는 입단한 첫 해 KGC인삼공사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인도하며 신인 최초로 플레이오프 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오세근은 2012~2013시즌을 고스란히 날렸고, 2013~2014시즌도 부상 여파로 애를 먹었다. 복귀 시즌인 2013~2014시즌 오세근의 기록은 49경기 출전 평균 9.5득점 5.3리바운드에 그쳤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데뷔했던 만큼 초라하게 복귀한 오세근에게는 차가운 시선이 따라 붙었다.
그러나 오세근은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뛰며 자신의 기량을 되찾았다. 부진했던 한 시즌을 끝내고 2014년 4월 상무에 입단한 오세근은 그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 금메달을 따냈다. 덕분에 조기 전역으로 팀에 복귀한 오세근은 2015~2016시즌 4강,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100% '완전체' 부활을 과시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옆에 앉은 이정현과 뜨겁게 포옹한 뒤 단상에 올라온 오세근은 "솔직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2년 동안 고생해 준 감독님, 팀원들, 그리고 나와 경쟁해 준 친구 (이)정현이에게 고맙다. 이 상은 정현이 덕분에 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연거푸 "감독님 고생 많으셨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김승기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고, "주성이형, 동근이형 처럼 선수 생활을 하며 최대한 많은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MVP 오세근 외에도 김승기(45)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데이빗 사이먼(35)이 수비 5걸에 선정되는 등 정규리그 우승팀답게 여러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외국 선수상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8·삼성), 신인상은 강상재(23·전자랜드)가 가져갔으며, 기량발전상은 송교창(21·KCC), 식스맨상은 정병국(33·전자랜드)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