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시도 소속 아마추어와 프로축구 리그 심판들이 소속된 전국심판협의회(심판협의회)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보이콧 선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심판들의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인해 K리그만 곤욕을 치렀다.
K리그의 사상 첫 심판 보이콧 사태 움직임이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조영증(63)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 심판위원장은 28일 심판 보이콧을 선언한 심판협의회 측을 만나 K리그 심판 간담회를 열었다. 조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심판들과 만나 원만하게 해결했다. 심판 보이콧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결과를 전했다.
이번 보이콧 사태는 지난 19일 열린 FC 서울과 광주 FC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호 주심과 박인선 부심은 당시 공이 선수의 등에 맞았음에도 핸드볼 반칙을 선언했다. 결국 이틀 뒤 열린 심판위원회의 심판 판정 평가회의에서 오심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각각 무기한 배정 정지와 퇴출 중징계를 받았다. 조 위원장은 "박인선 부심은 조사 과정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심판으로서의 도덕적 자질이 의심돼 퇴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 산하 심판협의회는 징계 결정이 이뤄진 뒤 KFA와 연맹에 공문을 보내 "징계가 과하다"며 처분이 바로 잡힐 때까지 심판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연맹은 심판협의회 측과 만나 면담을 갖고 보이콧 사태를 막기 위해 의견을 나눴다.
조 위원장은 "처음부터 보이콧까지 갈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문서로 의견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더라"며 "어떻게보면 같은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서로 실수는 인정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연맹 측도 "심판들이 '최근 축구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죄송하게 생각한다. 향후 K리그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심판협의회측은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바람을 조목조목 요구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비시즌 실전경험 기회 확대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조 위원장은 "심판협의회측이 동계훈련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심판들이 비시즌 때는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동계훈련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판협의회측은 이 밖에도 오심과 정심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보이콧을 지렛대 삼아 심판협의회의 요구 사안을 관철시키려 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K리그를 책임지고 판정을 내리는 심판들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경솔했고 무책임했다. 이번 보이콧 움직임으로 인해 K리그 팬들이 입은 상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조 위원장은 "심의 내용은 언제나 오픈돼 있다. 심판들이 요청한다면 공개가 가능하다"며 "다 함께 모여서 '남은 34라운드를 사고 없이 치르자'고 결의했다. 원만하게 해결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편 연맹은 심판 판정 정확성 제고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컴퓨터 자동배정·배정 비공개·전경기 사후 영상분석·심판 거점숙소제·심판 승강제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비디오레프리 도입을 통해 승패에 결정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정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연맹 측은 "연맹과 심판, 각 구단 등 모든 리그 구성원은 오심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팬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K리그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