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장'을 받은 정규 리그 1위 김승기(45)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침착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흥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다가올 승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KGC는 오는 10일부터 울산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두고 4강 PO(5전 3선승제)를 치른다.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원주 동부를 상대로 내리 3연승을 달리며 가볍게 격파했다. '단기전의 절대 강자'답게 시종 공격적이고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동부를 압도했다.
유재학(54) 울산 모비스 감독은 그 여세를 몰아 KGC를 향해 선전포고도 날렸다. 유 감독은 "KGC는 가드가 아킬레스건"이라며 "가드인 키퍼 사익스(24) 혼자 공을 갖고 놀도록 물량 공세를 펴겠다.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자극했다. 상대 약점을 파악한 만큼 집중적으로 이 부분을 공략해 4강 PO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뜻하지 않은 도전장을 받은 김 감독은 사뭇 천연덕스러웠다.
5일 연락이 닿은 김 감독은 "늘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도전자는 한참 선배이신 유 감독님이 아니라 한참 후배인 내가 아니겠나. (2년 차인 나와 달리) 감독님께서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 온 분"이라고 상대의 자극을 담담하게 되받았다.
상대가 지적한 약점은 강한 골밑으로 막을 생각이다.
김 감독은 "우리팀 가드가 약하다고 지적했는데 대신 우리는 인사이드, 골밑이 강하다. 이 부분을 앞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GC는 4일 성균관대와 연습 경기를 치르며 4강 PO를 대비했다. 모비스의 6강 PO 3경기를 모두 지켜봤지만 포워드인 네이트 밀러(30)가 다소 살아난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도 마쳤다. 김 감독은 "유 감독님께서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지만 시즌 중 우리가 본 모습은 수비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우리도 무리하게 모험을 하기보다는 수비를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상대의 공격을 뻑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모비스의 약점 중 하나로 헐거운 외곽을 꼽았다. 그는 "상대의 외곽을 봉쇄하면 우리가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상대 센터 이종현(23)이 있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데이비드 사이먼(35)과 오세근(30)이 있다"며 "여기에 '식스맨'들이 벤치에서 출발하더라도 외곽에서 득점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적은 '방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6라운드에서 9연승을 달릴 때처럼만 집중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때처럼만 한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무서울 것이 없다"며 "잘못된 행동이나 버릇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단기전은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방심'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왕좌'를 노리는 KGC는 모비스와 경기를 세 판 안에 끝내고 챔피언결정전으로 넘어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한번 해 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 우승을 향해 한마음이 됐다. 우리는 3연승이 목표다. 다시 한번 해내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