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에서 드라마를 거쳐 영화화까지. 한 가지 콘텐츠로 이렇게 다양한 결과물을 보기도 쉽지 않다. 국내 최고 웹툰이라 평가 받는 '치즈인더트랩'의 영화 메가폰을 들게 된 김제영 감독은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어딘가 흥미로워 보였다.
지난해 tvN서 방송된 '치즈인더트랩'은 박해진·김고은·서강준 등을 내세웠고 월화 오후 11시라는 시간대임에도 좋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듯 했으나 중반 이후 샛길로 빠져 버린 전개는 드라마 팬들의 원성만 샀다.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게 영화 '치즈인더트랩'이다.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을 비롯해 드라마화 전부터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된 오연서가 홍설을, 백인호·백인하는 각각 박기웅·유인영이 맡는다. 여기에 오종혁·산다라 박까지 투입되며 우려를 한 순간에 기대감으로 바꿔놓았다. 그럼에도 높아진 연령대 배우들을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나이대가 높아진 거 맞죠.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거 알지만 극복해 나가야죠. 영화 캐스팅 배우들이 보여줄 캐릭터가 분명하거든요."
배우들과 상견례도 마쳤고 다음주면 테스트 촬영, 20일부터 세 달여간 작업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김제영 감독을 만나 일부에서 우려하는 점과 드라마와 차별점 등을 들어봤다.
-첫 촬영일이 언제인가. "20일로 예정돼 있다. 촬영기간은 6월 말까지 보고 있다."
-배우들의 첫인상은. "따로 또 같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모두들 의견을 많이 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사전 리딩이라는 작업이 상당히 귀찮을 수도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도 공유했다. 다들 또래다보니 거리낌없이 소통도 잘 한다."
-캐스팅을 두고 연령대가 높다는 의견이 많다. "높은 건 알고 있다.(웃음) 배우들의 나이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이는 중요치 않고 누가 얼마나 소화하냐가 중요하다. 원작을 읽고 느낀 건 캐릭터마다 디테일한 감정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섬세한 감정을 잡아낼 줄 아는 배우가 필요했고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가 그러하다. 우려가 있는 건 알지만 극복하겠다."
-그래도 대학생인데. "의도적으로 어려보이게 하진 않는다. 캐릭터에 맞게 컨셉트를 잡아 맞춰 나간다. 억지로 어려 보이게 하는 건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산다라 박까지 최종 합류했다. "미디어로 접한 산다라 박의 에너지가 좋았다. 캐릭터와 실제 산다라 박을 보고 느낀 감정도 일치했고 좋은 에너지를 잘 활용해주면 최적의 연기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본인이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 보여주고자 하는게 명확하다."
-박해진·문지윤만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이다. 신경 쓴 건가. "드라마에 나오고 안 나오고를 의도적으로 따지진 않았다. 배역에 맞게 캐스팅 하다보니 자연스레 라인업이 꾸려졌다. 드라마 출연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드라마와 다른 점은. "TV로 본 '치즈인더트랩'은 예뻤다. 무언가 살랑거리고 로맨스가 가득한 느낌이랄까. 웹툰은 긴장감을 안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런 서스펜스 요소들을 많이 반영할 생각이다. 커다란 사건이 아닌 작은 일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재미있다. 또 웹툰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채가 있는데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길까도 숙제다."
-웹툰은 얼마 전 완결됐다. 영화에 영향이 있나. "원작 완결은 아직 다 보지 않았다. 이미 시나리오 작업은 끝났기에 원작의 결말이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가 있나. "오영곤이 매력적이었다. 오영곤이 나타나면서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된다. 전체로 보면 주연이 아니지만 중반부터 유발되는 갈등을 오영곤을 통해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드라마 속 홍설의 헤어스타일은 너무 사실적이었다. "원작을 보면 그렇게까지 심한 곱슬은 아니다.(웃음) 머릿결이 남다르긴하니 그걸 잘 매만지며 홍설 특유의 '예쁨'도 놓치지 않아야한다." -순끼 작가를 만났나. "창작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기에 오히려 작가를 만나지 않고 작업을 해보고 있다."
-작가가 자문을 해준다던데. "자문은 아니다. 작가가 제작사를 존중하고 있어 간혹 의견만 교환하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원작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텐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부담스러운 것도 우려 지점도 분명히 있다. 한 회마다 쌓이는 감정이 다른데 더구나 영화이다보니 포인트가 중요하다. 톤앤매너에 기초해 짜을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간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재미다. 영화 상영 2시간 내내 재미를 줄 수 있을 지. 적당한 긴장감을 안고 가는 가운데 그걸 얼마나 끝까지 잘 유지하냐가 관건이다. 결국은 시간활용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