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을 앞두고 "시나리오는 마음에 안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몇이 나 될까.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드라마를 마쳤을 때도 "인 기 거품을 제대로 즐길 생각이다"고 당당하게 밝혔던 진구(38)다.
시선이 달라져도, 환경이 변해도 진구는 진구다. 예나 지금이나 입바른 소리 보다는 있 는 그대로의 마음을 전하려는 솔직함이 매력적이고, 배우로서 끊임없이 작품과 캐릭터 에 대해 고민 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최대한 놀고 즐기려는 한량 같은 성향도 여전하다.
지난 달 29일 개봉한 영화 '원라인(양경모 감독)'은 흥행면에서 썩 기분좋은 성적을 거 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영화를 이끈 진구를 비롯해 임시완·박병은 등 배우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술자리에서는 주로 무슨 이야기를 했나.
"대선? 우리 그런 이야기 좋아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표하자'고 여러 번 이야기 했 다. 하하하. 주로 병은이 형과 나, 시완이 셋이 만났는데 내 과거도 털었다. '옛날에 형이 잘 나갔을 때 말이야~ 술은 말이야~'로 시작되는 레파토리 있지 않나."
- 임시완이 잘 받아 주던가.
"시완이는 또 시완이 나름대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혼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 더라. 휴식기에 배낭매고 어디론가 떠난다고. '프라하 가 봐라'라는 식으로 여러 여행 지를 이야기 했는데 사실 난 여행을 안 좋아한다. 그러니까 시완이 이야기는 나한테 씨 알도 안 먹힌다.(웃음)" - 박병은은 낚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이미 소문났나? 이 형이 인터뷰에서도 낚시 이야기를 하나 봐. 세상에. 맞다. 술 아니 면 낚시 이야기만 한다. 형이 붕어즙을 지어 준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벌써 1년이 넘었 다. 시완이나 병은이 형이나 약속 안 지키는건 아주 똑같다. 난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한다. 진짜다. 만나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지 '몇 시에 어디서' 이런 말 자체를 잘 안 한다."
- 주로 어떤 술을 마시나.
"잦은 술자리가 있을 땐 독주는 힘들다. 와인은 분위기도 있고 적당한 취기를 오르게 해서 좋다. 근데 다 이상적인 바람일 뿐이다. 어제는 소주를 마셨고 그저께는 고량주를 마셨다. 잡종이다."
- '원라인'은 결국 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평소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 했나.
"글쎄. 딱히 '미친듯이 돈 벌어야 해!'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는 않다. 확실히 있으면 좋기만 없다고 해서 안 좋은 것은 아닌. 그 정도다."
- '원라인'을 찍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깨닫게 된 부분이 있다면.
"'함부로 대출받지 말아야겠다. 혹시 받게 되면 그 사실은 온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웃음)"
- 이젠 지켜야 할 가정이 있는 가장이기도 하니까.
"대단히 큰 변화는 없다.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아이가 태어나서 살인마· 악당 같은 역할을 피하고 싶다는데 난 아직 작품이나 캐릭터를 고를 짬밥은 아닌 것 같 같고. 그리고 아빠 직업인데 아이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줘야지. '아빠는 좋은 역할만 할 거야'는 좀 아닌 것 같다. 열심히 하면 자식이 알아 주겠지. 집에서 착하고 자상하면 되지 않을까?"
- 박병은과 이웃사촌이라고 들었다. 육아가 힘들 때마다 박병은 집을 찾아가 한 시간씩 티타임을 가졌다고.
"그 형은 별 이야기를 다 했네.(웃음) 맞다. 소소한 일상이다. 크게 힘든 점은 없는데 '이 정도로 붙어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은 했다. 아이의 24시간,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 조심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니까. 내 시간이 없지 않나. 근데 힘듦보다 행복함이 더 크 다.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나에게 큰 행복을 준다."
- 완벽한 아들 바보 같다.
"솔직히 아기를 보고 있어도 아직 내 아이라는 것이 안 믿긴다. 내가 아이 아빠라는 것 도 안 믿긴다. 게임 좋아하고 피규어 좋아하는 젊은소년 같고, 청년 같은데 나와 똑 닮 은 아이가 날 바라보고, 날 너무 좋아해 주고, 아빠로 대접해줄 때 보면 거짓말 같다. 고마워 죽겠다.(웃음) 부자(父子) 관계는 어쨌든 영원한 것 아닌가. 감사하고 행복하고 든든하다."
- 변화는 없어도 책임감은 더 강해졌을 것 같다.
"돈과 연관이 되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안 벌어도 돼. 내가 즐거우면 돼'라는 마인드 였다면 이제는 벌어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하지만 예전부터 욕심없이 연기했고, 흥 하든 망하든 내가 만족하고 행복했던 작품들을 많이 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좋은 기회가 꼭 한 번씩 오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눈에 불을 키고 시나리오를 많이 보지는 않는다."
- 어떤 시나리오에 끌리나.
"나오는 책들은 기본적으로 다 좋은 것 같다. 가끔 중간까지 보다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죽니?'라고 물었을 때 안 죽는다고 하면 '메리트가 없는데 ' 싶고, 죽는다고 하면 '거봐 뻔해, 안 해!'가 답변이 된다.(웃음) 물론 그런 작품은 10권 중 1권 나올까 말까고 대부분 재미있는 소설책 한 편을 읽은 느낌이 든다."
- 가장 술술 넘어갔던 작품은 무엇인가.
"'원라인'은 완독 하기는 했는데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고, '비열한 거리'와 '마더', 그 리고 '태양의 후예'가 가장 잘 읽혔던 것 같다. 결국 나도 독자니까. 시청자와 관객들 이 재미있어 할 만한 작품이 내 눈에도 재미있다."
- 상남자 이미지는 만족하나.
"나 그런 이미지 없는데 좋게 포장해 주시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니야~ 나 그렇지 않아'라고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다.(웃음) 예전에 복싱을 몇 달 했는데 입소문으로는 벌써 챔피언이 됐다. 정식 시합도 안 나가 본 애가 분위기로는 메달을 딴 것이다. 그런 오해를 종종 받았다. 뭐 상남자 이미지는 남자 배우들이라면 갖고 싶어하는 이미지니까. 일부러 떨쳐내고 싶지는 않다."
-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은 무엇인가.
"상남자인 줄 알고 다가왔는데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착해서 더 좋아지는 그런 의외의 모습? 하하."
- '태양의 후예' 서상사가 그렇지 않나.
"서상사와 유시진(송중기)을 합쳐야 내가 나온다. 항상 무겁지도 않고 부드러울 땐 부드럽고 유쾌하니까. …. 근데 말해놓고 보니 너무 완벽한가?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갔다. 이건 아니다. 임시완 박병은으로 하자. 임병은 진구 어떤가. 하하."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차기작이다. 나도 내 차기작이 궁금하다. 다음 달, 늦으면 내년에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 인물이 돼 있을까 상상한다. 그리고 가정의 평화.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까지. 대선이 걱정이다. 기승전'대선'이다.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고? 기호 1·2·3·4·5, 5·4·3·2·1, 좌우·우좌.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웃음)"
- 관객들이 '원라인'을 어떻게 봐 줬으면 좋겠나.
"'돈 보다는 사람이다'는 것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알려주는 영화다. 난 개인적으로 교훈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석보다 동화를 좋아하고 '어쩌다 어른'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잡지식 늘리는 것이 좋더라. 놀 때도 퀴즈를 하면서 논다. 필리핀에 화보 촬영을 갔는데 거기서도 매니저와 우리나라 국사만 팠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