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종목이다. 야구팬들도 FIFA 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본선 진출을 기원한다. 야구 국가대표팀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종목을 떠난 한국 스포츠 팬들의 경사였다. 동시에 두 하계 종목은 비슷한 시기에 팬과 미디어의 관심, 기업의 후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기도 하다. 그래서 축구팬과 야구팬, 혹은 야구팬과 축구팬은 인터넷에서 뜨겁게 싸우는 관계기도 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최근 ‘프로스포츠고객 성향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프로축구·프로야구·남녀 프로농구·남녀 프로배구 62개 구단 관람객 표본조사를 통해 팬 성향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야구팬과 축구팬의 차이가 보인다.
▶ 10대의 스포츠 축구
지난해 K리그는 2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했다. 반면 KBO 리그는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미래의 고객'이 많다. 이번 조사에서 표본으로 삼은 축구팬 7012명 중 연령별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집단은 10대였다. 전체의 32.6%를 차지했다. 10대 남자 25.0%, 10대 여자 7.6%였다. 반면 야구에서 10대 팬은 16%(남자 10.5%·여자 5.5%)에 그쳤다.
이 조사는 종목별 평균 관중을 토대로 샘플 수를 할당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평균 관중에서 비슷하지만 전체 관중 수는 야구 쪽이 훨씬 많다. 그래서 '10대 축구팬이 10대 야구팬보다 7.6%p 많다'는 식으로 해석할 순 없다. 그러나 다른 조사에서도 축구가 10대에 어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해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댓글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0대 중 축구 선호는 49.0%(국내 축구 14.6%·해외 축구 34.4%), 야구는 41.6%(국내 야구35.4%·해외 야구 6.2%)로 나타났다. 다만 '글로벌 스포츠'답게 해외 축구를 향한 높은 관심이 국내 프로축구로 이어져야 하는 게 K리그가 안고 있는 숙제다.
▶ 여성 팬이 많은 야구
성별 비교에서도 두 종목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야구는 여성 친화적인 스포츠다. 야구팬 가운데 42.9%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남녀 프로배구(54.4%)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축구에서 여성 팬 비중은 29.2%로 전체 평균(38.5%)에도 미치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지식 격차'도 축구(29.9%)가 야구(20.8%)보다 높았다. 여성 팬의 증가는 구단 상품 구입 경험에서도 나타났다. 야구팬 중 79.5%는 "구단 상품 구입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축구는 61.6%에 그쳤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여성 팬이 남성 팬보다 상품 구입률이 높다"고 전했다. 마케팅 측면을 떠나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경기장으로 모시는 건 프로스포츠의 미래와 직결된다.
하지만 구장 및 관람 환경도 '여성 친화적'인가는 구단들이 고민해야 한다. 야구와 축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목에서 관람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은 20대와 30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기도 하다.
▶ 야구의 지역 연고성 약화
1982년 탄생한 프로야구가 이듬해 출범한 프로축구보다 성공을 거뒀던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지역 연고'가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지역 연고성은 축구가 더 두드러졌다. '팀을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 축구팬의 54.5%가 현 거주지·출생지·부모님 고향 등을 들었다. 야구는 46.9%였다. '지역 연고' 외에 다른 요인으로 야구를 응원하는 팬이 더 많다는 의미다.
'현 거주지' 항목에선 야구(21.2%)가 축구(31.9%)보다 현저히 낮았고, '부모님 고향' 항목에선 야구(5.5%)가 축구(2.9%)를 앞질렀다. 성인이 돼 출생지를 떠나도 팬 의식을 유지하거나, '대를 이어' 팀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팀 응원 기간도 야구가 평균 7.9년으로 축구(5.1년)와 전체 평균(5.6년)을 크게 앞질렀다. 야구가 보다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0대에서의 열세와 결합하면 '올드한 스포츠'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귀결될 위험도 있다.
▶ 메트로 스포츠 야구
프로야구 팬들은 지하철을 가장 많이 탄다. '경기장 방문 시 교통수단'에서 야구는 지하철 이용이 32.6%로 자가 차량(38.8%)에 이어 가장 높았다. 반면 축구는 19.3%로 자가 차량(45.8%)과 시내버스(17.1%)에 이어 세 번째였다. 종목이나 팬의 특성보다는 연고 지역의 차이다.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창원 연고의 NC를 제외한 9개 구단은 전철로 구장 방문이 가능하다. 반면 K리그 클래식에서 12개 구단 중 7개가 지하철이 없는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대도시 연고'라는 프로야구의 특성은 입장권 구매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PC와 모바일 예매가 64.6%로 축구(18.0%)와 전체 평균(41.4%)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축구는 시즌권 구매(31.1%)에서 야구(7.5%)를 크게 앞질렀다.
경기 정보 습득 방식에서도 야구팬의 30.0%가 '인터넷 포털'이라고 응답했다. 축구는 18.4%에 그쳤다. 포털에서 유통되는 정보량은 야구가 축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SNS' 항목에서는 축구(10.1%)가 야구(5.1%)의 두 배가량이었다. 축구팬이 보다 결속력 있는 집단임을 지사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