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로 33번째이자 강원으로 이적해 맞이한 첫 번째 생일. 국가대표 출신에 K리그 간판 공격수 이근호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다. 축구 스타는 어떻게 생일을 보낼까. 일간스포츠가 직접 물어봤다.
이근호의 생일날. 오전부터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가까스로 이근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훈련을 두 번이나 했다."
'생일을 어떻게 보냈나'라는 질문에 이근호가 이렇게 답했다.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이날 훈련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훈련을 하루에 한 번 할 때도 있고 두 번 하는 경우도 있다. 이근호는 생일날 마침 2회 훈련이 잡힌 것이다.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 훈련을 했다. 하루 종일 훈련장에서 보냈다.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라 힘들게 훈련하는 날이다. 지금 생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생일마저 저버릴 정도로 이근호와 강원은 절박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근호를 비롯해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돌풍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강원이었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5라운드가 끝난 지금 강원은 1승2무2패, 승점 5점으로 리그 8위다.
지난달 4일 상주 상무와 개막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승리가 없다. 3위 내에 진입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겠다는 목표와는 동 떨어져 있는 성적이다. 이근호 역시 상주전 2골 이후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이근호가 생일의 기쁨보다 고민이 더 깊은 이유다.
"강원이 시즌 전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아직까지 기대에는 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내용은 좋았다.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나 역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우선 골을 다시 넣는 것이 중요하다."
설상가상으로 강원 공격수 정조국(33)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한 달 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이근호의 부담감이 커졌다.
"아휴. (정)조국이 형이 지금 없다. 조국이 형이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법이 없다. 조국이 형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
위기의 상황이지만 이근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근호는 '강원 축구 붐'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시즌 초반이다. 강원은 나아지고 있다. 아니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지금 팀 분위기와 경기력 모두 괜찮다. 다음 라운드부터 강원의 진가가 나올 것이다. 내용과 함께 결과도 챙길 것이다. 강원 축구 붐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강원 돌풍을 기다려 달라."
생일을 훈련장에서 보내면서 파티조차 하지 못한 이근호. 훈련이 끝나자 안타까운 그를 '절친'들이 데리고 나갔다. 강원에는 부평고 동기 백종환(32)과 김승용(32)이 있다. 친구들이 이근호의 생일을 챙기는가 싶었다.
"(백)종환이와 (김)승용이가 훈련이 끝난 뒤 저녁을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먹었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파티가 아니었다. 내 생일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 해서 강원 축구 붐을 일으키자는 이야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