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익사이팅챌린저스파크에서 창단식을 열었다. 이미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 38명이 모여 들었고, 이성근 전 삼성 운영팀장이 단장을 맡았다. 현존하는 독립야구단들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단장은 "인원이 많은 덕분에 두 팀을 꾸려 자체 청백전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 전체적인 수준은 프로야구 잔류군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독립리그가 활성화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독립야구단들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는 2011년 9월 닻을 올렸지만, 3년이 지난 2014년 9월 끝내 해체를 선언했다. 이어 2015년 2월에는 경기도 연천군을 연고로 하는 연천 미라클이 출범했다. MBC 청룡에서 내야수로 뛰었던 김인식 전 LG 2군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초빙했고, 경기도 고대산에 있는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청년 자산가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훈련했던 원더스와는 출발 지점부터 달랐다. 연고지인 연천군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2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운영 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1년에 30억원 이상을 썼던 원더스와 달리 미라클은 3억원이 조금 넘는 운영비를 지출하는 게 고작이다. 선수들이 한 달에 70만원씩 참가비를 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조성해 구단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야구로 돈은 벌지 못하고 오히려 회비를 내야 한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평일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밤이나 주말에만 야구를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구단 이름처럼 '기적'을 써내려갔다. 올 시즌 초반 화제를 모았던 한화 김원석이 바로 미라클을 통해 프로에 재진입한 선수다. NC 내야수 이강혁과 윤국영, 삼성 포수 조용성도 미라클에서 뛰다 프로에 복귀하거나 진출했다. 2016년 삼성에 입단한 재미교포 우완 투수 이케빈도 미라클 창단 멤버로 합류해 3개월간 함께 훈련하다 프로 지명을 받았다. 미라클에서는 이들을 '기적의 사나이'라 부른다. 실제로 이 선수들이 프로와 계약한 뒤 미라클 선수들의 사기가 한껏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챌린저스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원더스나 미라클과 다르지 않다. 출범 취지로 "매년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되거나 지명받지 못한 수많은 야구 인재가 길을 잃고 있다. 파주 챌린저스가 이들에게 다시 한번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기틀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단장과 감독이 합류한 덕분에 다양한 선수들이 희망을 품고 야구단으로 모여 들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 한국에서 새 길을 찾기 위해 찾아온 선수도 있고, 청각장애를 딛고 오직 야구를 향한 사랑만으로 구단의 문을 두드린 선수도 있다. 이 단장은 "프로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가 몇몇 보인다. 특히 투수 쪽에 좋은 선수가 몇 명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선수가 챌린저스에게는 소중한 새 출발의 씨앗이다.
그러나 챌린저스의 현실 역시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출범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파주시에서 3억원을 지원 받기로 구두 합의하고 창단 준비를 시작했지만, 도중에 전임 파주시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져 백지화됐다. 김진철 구단 대표가 이미 10억원을 들여 야구장을 지어 놓았고, 선수들도 다 선발해 놓은 상황이라 더 난감했다. 구단과 양 감독은 고심 끝에 선수들의 꿈을 응원하기로 결정했다. 어렵게 닻을 올렸다.
당연히 후원이 절실하다. 챌린저스 관계자는 "당초 감독님의 뜻은 '일본처럼 선수들에게 월급은 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돈을 내게는 하지 말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서 부득이하게 회비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기본 운영비는 구단이 부담하지만, 코칭스태프 월급과 식비조로 80만원 정도 회비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의 의지와 의욕은 하늘을 찌른다. 이들은 대부분 주중에 야구장에 나와 훈련을 한 뒤 주말에 다른 일로 돈을 번다. 프로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사회인 야구나 유소년 야구클리닉 등에서 야구 레슨을 하면서 용돈과 회비를 벌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각자 생업을 찾아 구슬땀을 흘린다.
양 감독도 그런 선수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양 감독은 연봉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챌린저스 사령탑을 맡았다. 파주까지 출퇴근해야 하는 양 감독을 배려해 구단에서 "기름값이라도 주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그 돈으로 선수들 소고기라도 한 번 사주는 게 낫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종합물류주식회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회사일과 관련된 각종 업무와 미팅으로 무척 바쁘다. 게다가 이미 수 년 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인 학교에서 남몰래 명예 교사로도 활동해왔다.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일주일 정도 하노이를 방문해 야구 동아리와 소프트볼 수업을 지도한다. 현지 야구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야구계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된 일이다.
챌린저스 감독 역시 그 일환이다. 양 감독은 "사연 많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팀이다. 다들 열의가 대단하다"며 "코치들도 그들의 열정을 보고 최소한의 월급만 받고 팀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수들이 다시 프로에 가서 꿈을 펼치는 게 목표다"라며 "독립야구단의 새 도전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챌린저스의 출범과 함께 독립야구계도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올해는 최초로 독립야구리그도 출범한다. 미라클과 저니맨 외인구단까지 일단 두 팀이 참여한다. 저니맨 외인구단은 올해 초 창단을 선포한 팀. 프로 선수 시절 총 6개 구단을 거치면서 '저니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최익성 저니맨스포츠 대표가 구단주다. 4월 24일 목동구장에서 개막전이 열린다. 이 리그에 챌린저스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대학팀들과 활발하게 연습경기를 할 계획이다. 챌린저스 관계자는 "이미 대학 최강팀인 연세대를 한 차례 꺾었고, 연세대의 요청에 따라 곧 한 번 더 맞붙을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네 번째 독립야구단도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