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LG-kt전을 앞둔 잠실구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가 내리면 타자들은 대개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한다.
그런데 LG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29)는 배트를 들고 홀로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격 페이스를 빨리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약한 빗줄기도 그의 의지를 꺾어 놓진 못했다.
효과는 분명했다. LG 4번 타자 히메네스는 kt와의 주말 잠실 3연전에서 12타수 6안타(3홈런) 11타점을 몰아치며 타격감을 되찾았다. 16일에는 멀티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LG는 히메네스의 활약으로 12-5 대승을 거두며 시즌 8승(6패)째를 거뒀다.
히메네스는 0-2로 뒤진 1회 1·3루에서 적시타로 추격 타점을 올렸다. 히메네스를 시작으로 LG는 1회에만 5득점하며 단번에 스코어를 뒤집었다. 히메네스는 5-3으로 쫓긴 4회 2사 1·2루에선 1타점 쐐기 적시타를 터뜨렸다. 또 6회에는 상대 좌완 정성곤의 137㎞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10m 1점홈런(시즌 3호)으로 연결했다. 9-5로 앞선 8회 무사 1·2루에선 심재민의 139㎞ 직구를 공략, 다시 한 번 담장을 넘겼다.
지난해 타율 0.308·26홈런·102타점을 올린 KBO 리그 3년 차 히메네스는 올 시즌 초반 부진했다. 4월 8일 롯데전부터 시작된 LG의 5연패 기간엔 타율 0.125에 2타점에 그쳤다. 개막 후 10경기째인 지난 12일까지 타율 0.167로 부진했다. 그러자 양상문 LG 감독은 13일 NC전에선 히메네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마산에서 잠실로 이동한 히메네스는 14일 타격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빗줄기 속에서 나홀로 훈련을 시도했다.
히메네스는 14일 kt전에서 3점홈런과 결승 3타점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15일 경기에선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피어밴드(kt)에게 막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6일 다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LG에서 히메네스의 활약은 상당히 중요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2.71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하지만 팀 득점은 16일 12득점에도 불구하고 6위(68점)에 처져 있다. 타선이 강력한 마운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4번 타자 히메네스가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이날 6타점은 히메네스의 KBO 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타점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 뒤 "최다 타점 기록인 줄은 몰랐다. 개인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이겼다는 게 기쁘다. 항상 열렬한 응원을 보내 주는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즌 17타점으로 두산 에반스(14점)를 제치고 타점 부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LG가 히메네스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