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TV 속 정치 풍자는 더욱 거세져 간다. 돌려 말하거나 수위를 낮춰 표현하지 않는다. 실명은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까지 등장시켜 비꼬기에 나선다.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9'의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과 SBS플러스 시사정치 코미디 프로그램 '캐리돌뉴스'가 정치 풍자 열풍의 주인공. 두 프로그램은 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대선 정국을 콩트와 패러디로 버무려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의 반응은? 당연히 뜨겁다.
'핫'한 풍자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은 'SNL코리아9'의 한 코너인 '위켄드 업데이트'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화제성은 높다. 젊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핫'한 설정 때문이다.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은 SBS '미운 우리 새끼'와 Mnet '프로듀스101'을 동시에 패러디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정치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난다. 각 대선 후보를 아이돌 그룹 센터 자리를 놓고 다투는 연습생들로 꾸몄다. 투게더엔터테인먼트 문재수(문재인)·피플컴퍼니 안찰스(안철수)·JYD엔터테인먼트 레드준표(홍준표)·바르다뮤직 유목민(유승민)·정엔터테인먼트 심불리(심상정) 등이 등장한다. 안찰스는 연설을 하던 중 "누굽니까"라며 안철수의 호랑이 발성을 흉내낸다. 새놀이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레드준표는 "여자 솔로로 데뷔한 선배가 다른 사람 목소리로 립싱크를 하다 걸렸다"면서 소속사를 JYP로 바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를 연출하고 있는 오원택 PD는 "거침없는 풍자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있다"며 "일주일 내내 뉴스를 빠짐없이 보며 대선 후보들의 행보를 체크하고 있다.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촬영 중간에도 대선 후보 토론을 함께 시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훅' 들어오는 돌직구 '캐리돌뉴스'
'캐리돌뉴스'는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코미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면으로 연재되던 만평이 채널 파워가 크지 않은 SBS플러스에서 전파를 타지만, 웹 콘텐트로 소비되며 젊은 시청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역 없는 풍자라는 수식어는 '캐리돌뉴스'를 위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인형으로 등장해 웃음의 소재가 된다. 유작가(유시민)·추다르크(추미애)·빽지원(박지원)·방귀문(반기문)·이언제(이인제)·전스트라다문스(전원책)·킹종인(김종인)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 토론을 벌인다. 추다르크가 킹종인에게 "연정은 무슨 불륜이다. 왜 제 집을 박차고 나가서 다른 집에 기웃거리냐"며 딴지를 거는 식이다. 대선 정국은 '캐리돌 뉴스'의 가장 중요한 풍자거리다. '학교 반장선거 어떻게 해야 이기나'를 주제 아래 추다르크는 "될 만한 애가 나가면 된다. 우리 애는 딱 봐도 될 것처럼 잘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TV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
장미 대선은 TV 속 정치 풍자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불 붙은 TV 속 정치 풍자는 장미 대선을 뜨겁게 달군다.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의 시선을 정치와 대선으로 돌리는 데에 풍자와 패러디는 좋은 소재다. 정치가 우스워질수록 젊은 층은 정치를 보다 친근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오원택 PD는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외면하던 정치로 시선을 돌리고 대선으로 화제를 모으는 데에 이 같은 정치 풍자가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