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전, 9개 구단 감독들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의 독주 저지를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개막 4주 차에 돌입한 KBO 리그의 순위는 혼전이다. 지난 주까지 승률 5할 이상 팀은 6개. 이 중 4개가 지난해 승률 5할 미만이었다.
여기에 개인 성적도 뜻밖의 이름들이 주목 받고 있다.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선수들이다. 리그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현재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외야수 이형종(28)이다. 19경기에서 타율 0.391·3홈런·12타점·출루율 0.434·장타율 0.580을 기록했다.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모두 LG 타자 중 가장 높다. 무안타는 두 경기뿐이다.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13타석 10타수 8안타(1홈런) 3볼넷 3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LG의 우세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진 존재감이 미미했다. 세대 교체 주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61경기 147타석밖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가장 돋보인다. 장타력 보강을 위해 시도한 변화가 주효했다. 이전보다 왼발을 높이 들어 올려 힘을 싣는 스윙 메커니즘을 갖췄다. 이 경우 히팅 포인트가 흔들린다. 축이 되는 오른다리에 강한 근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지훈련과 시범 경기에서 새 폼이 몸에 익었다. 이형종은 지난주까지 이대호(0.438)와 김태균(0.394)에 이어 타격 부문 3위를 지켰다. 고액 연봉을 받는 두 타자보다 가치 있는 결과다.
2008년 입단 후 줄곧 부상에 시달린 선수다. 재활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이 커져 임의 탈퇴 공시되기도 했다. 골프 선수로 전향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긴 기다림 끝에 빛을 본 그는 "체력 관리를 잘하면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싶다"며 들뜨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줬다.
NC는 모창민(32)의 각성이 주목된다. 지난주까지 17경기에서 타율 0.338·4홈런·20타점을 기록했다. 세 부문 모두 팀 내 1위다. 지난주 롯데와의 주 중 3연전에선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전승을 이끌었다. 박석민 박민우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던 때 그가 팀 타선을 이끌었다. 개막 첫 주 3승5패에 그쳤던 NC는 이후 12경기에서 9승1무2패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뛰어 올랐다.
모창민도 어렵게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주 포지션인 3루에 FA(프리에이전트) 박석민이 영입되며 자리를 잃었다. 무릎 수술로 재활 기간도 가졌다. 하지만 사령탑이 외면하지 않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한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 대신 지명타자를 꿰찼고, 박석민이 부상으로 빠졌을 땐 그 자리를 대신했다. 데뷔 10년 만에 잠재력을 드러내며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SK도 '거포 기대주' 한동민(28)의 각성이 반갑다. 18경기에서 타율 0.345·6홈런·장타율 0.759를 기록했다. 타율과 장타율은 팀 내 1위다. 2012년 SK에서 데뷔해 3시즌 동안 뛰었지만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하지만 상무 야구단에서 보낸 지난 2년 동안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 모두 향상했다는 평가다. 특히 근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최정·김동엽과 함께 리그 팀 홈런(32개)·팀 장타율(.471)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