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34)는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강타자다. 최근 수 년 동안 타이틀을 여러 개 차지했지만 '최고'보다 '꾸준함', '개인'보다 '팀'을 우선으로 꼽는다. 그의 진심이다.
자신의 바람대로 최형우는 꾸준하다. 방출과 군 복무를 거쳐 주전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최소 113경기 이상 출장했다.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으로 매 시즌 기대치에 도달해왔다. 총 네 차례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그는 지난 시즌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2년 입단한 삼성을 떠나 KIA로 이적했다. 구단 발표액 기준으로 '사상 첫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왼손 거포 타자를 애타게 찾던 KIA는 최형우를 영입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KIA는 선두 질주 중이다. 그의 활약으로 팀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최형우는 타율 0.390(4위), 홈런 5개(공동 7위), 타점 19개(공동 6위), 득점 20개(2위), 장타율 0.792(1위) 출루율 0.478(2위) 등을 기록 중이다.
4월 프로야구에 오른손 타자로 이대호가 있다면, 왼손 타자는 최형우다.
-이적 후 20경기를 넘게 치렀다. 적응은 마쳤나. "적응은 개막전 전에 이미 끝났다. 캠프 때부터 선수, 직원, 보조요원까지 다들 잘 도와줘서 쉽게 적응했다. 원래 KIA 고참급 선수들과는 친분은 있었다. 요즘에는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최근까지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기록을 따로 챙겨보지 않아 잘 몰랐다. 그보다는 세 경기(7~9일 한화전)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적 있다. 그때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개인 기록은 크게 관심 없다.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
-KIA는 선두에 올라있다. "내가 타율 2할5푼, 홈런 10개 밖에 못 때려내더라도, 노 아웃 2루에서 주자를 3루로 보내는 팀 배팅 200개를 해서 팀이 이긴다면 후자가 더 좋다."
-그래도 FA 첫 100억원 시대를 열었기에 부담감이 컸을텐데. "그렇다. 나도 잘하고 싶고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팀 성적이 좋으니까 부담이 덜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조금 못해도 다른 선수들이 해주니까 점점 부담감을 내려놓을수 있었던 것 같다."
최형우는 지난해 총 삼진이 83개, 타석당 0.13개였다. 올해는 8개, 타석당 0.09개 리그 최소 6위다.
-삼진이 줄어들었다. "진루타, 혹은 주자를 어떻게든 한 베이스씩 더 보내려고 생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방망이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OPS(출루율+장타율)가 1.270이다. 엄청난데. "조만간 분명 떨어질 것이다(웃음). 지금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2루타가 12개, 3루타도 2개나 있다. "3루타는 욕심난다. 나도 신기하다. 개인 최다 3루타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웃음)."
최형우의 개인 한 시즌 최다 3루타는 2011년 3개다. "2개만 추가하면 된다"고 하자 "2개가 쉬운 줄 아나"고 웃었다. -지난해에 이어 최고 시즌을 다시 맞을 것 같다. 남기고 싶은 기록은 없나. "어느 순간 내가 1등 혹은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1등은 나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2인자, 3인자로 계속 가고 싶다. 물론 욕심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야구를 하면서 '나는 1등을 할 수 없는 위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다."
최형우는 2011년 홈런·타점·장타율 1위를 차지했지만 4개 부문(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1위를 차지한 윤석민에 밀려 MVP를 놓쳤다. 지난해엔 타율·타점·최다안타 1위에 올랐지만 다승·평균자책점·승률왕을 차지한 두산 니퍼트가 MVP를 차지했다. 최형우는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밀리더라. 나는 2인자나 3인자로, 또 꾸준함으로 남는 게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지난 시즌 뒤엔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성적이다"고 했다. "지금 성적이 좋지만 이제 20경기를 했을 뿐이다. 내 한계치를 안다. 물론 욕심은 많다.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고 싶지만 그건 쉽지 않다. 3할-30홈런-100타점을 유니폼 벗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다. 뭘 뛰어 넘어 1등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주변에서 '최형우'라는 선수에게 기대하는 기록을 꾸준하게 내고 싶다."
-타팀에서 '최형우 시프트'를 많이 가동하는데. "그렇다고 일부러 밀어치려 하지 않는다. 4번 타자는 팀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일부러 밀어치기보단 내 정석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주말 LG와의 경기 때 시프트에 잡혀 아웃된 적이 있다. 거꾸로 안타가 된 타구도 있다. 상대의 시프트 수비는 재미있다."
-삼성에선 풀타임 좌익수로 나서다 KIA에선 가끔 지명타자로 나서기도 한다. "한 템포씩 쉬어갈 수 있어 좋다. (나)지완이도 적극적으로 수비를 나간다고 하고. 또 김기태 감독님과 코치님의 배려가 정말 장난 아니다. 부담될 정도다. 때때로 '몸은 괜찮냐'고 지명타자 출장을 권하면 '안 쉬어도 괜찮습니다. 나갈게요'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코칭스태프에서 나만 배려하는 게 아니라 고참급부터 막내까지 똑같이 다 챙겨주신다."
-나지완과 수비 능력은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 "동료들한테 한 번 설문조사 해 보세요. 달리기도 마찬가지고. 감독님도 인정했다. 내가 훨씬 더 빠르고 수비가 좋다고(웃음)."
-팀 내부에선 '최형우 효과'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런 평가를 들으면 기분 좋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OOO 효과'는 시즌 끝나고 판단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시즌 중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개인 편차가 있으니 지금 판단하기엔 이르다. 시즌 종료 후 팀 성적을 보고 "OOO 효과' 있다,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