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이 무안이어서인지 고향 같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김성용)
"(지난겨울 베트남 전지훈련 때 다쳐) 허리가 아픈데 이렇게 큰 일을 해 줘서 너무 고맙다."(김성용의 아내 정보경)
'늦깎이 골퍼'김성용(41·브리지스톤)이 투어 무대 데뷔 11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입문을 기점으로 하면 15년 만이기도 하다. 김성용은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고, 아내는 남편의 아픈 허리를 걱정했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의 무안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1차 카이도시리즈 유진그룹 올포유 전남오픈 with 무안CC 최종 4라운드. 전날 단독 선두에 올랐던 김성용은 이날 5타(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줄여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현정협(34·12언더파)을 1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원.
이 대회 최종일은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의 첫 승 대결로 더욱 치열했다.
김성용은 물론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현정협은 프로 9년 차, 한창원은 7년 차이지만 우승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선수들은 한 샷 한 샷에 신중했다. 누군가의 실수는 상대 선수에게 행운이자 승부의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성용의 1번홀(파5) 보기는 큰 실수였다. 반면 현정협은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이글을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김성용은 밀려나지 않고 투혼을 발휘했다. 첫 홀 보기 이후 페이스를 찾은 김성용은 4, 5번홀의 연속 버디에 이어 9번홀 1m 버디로 다시 단독 선두가 됐다. 하지만 11, 12번홀과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현정협의 무서운 기세에 다시 선두 자리를 내줬다. 그래도 김성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2위로 내려앉았지만 11번홀의 보기를 차분히 13, 15번홀의 버디로 만회하며 1타 차의 추격전을 펼쳤다.
결국 16번홀(파5)에서 생애 최고의 샷이 나왔다. 265야드가 남은 거리에서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을 핀 2.8m에 붙였다. 2온 1퍼트로 이글을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타 뒤지던 상황에서 대반전의 순간을 만들었다. 이후 김성용은 현정협에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뒤 나머지 2개 홀을 '파-파'로 막아 내면서 생애 첫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김성용은 24세 때 골프를 시작한 '늦깎이 골퍼'다. KPGA 회원인 아버지(김양삼)의 권유로 19세 때 처음 클럽을 잡았지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군 제대 이후였다. 이 때문에 투어 무대에는 31세 때인 2007년에야 데뷔했다.
늦깎이 골퍼에게 투어 무대의 벽은 높았다. 김성용은 첫 해 상금 랭킹 91위로 시드를 잃은 뒤 2008년과 2009년에는 2부 투어인 베어리버 투어에서 활동했다. 2011년부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고, 2015년 상금 랭킹 19위로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낸 뒤 11년 만에 감격적인 순간을 맛봤다.
사실 김성용은 시즌 개막전과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전지훈련을 하다 허리 부상을 당했는데 아직까지 100%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재활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한 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 아들, 딸을 향해 달려가 포옹하면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김성용은 "만 10년 만에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활짝 웃었다.
챔피언 조에서 경쟁했던 한창원은 최종 합계 8언더파로 단독 3위를, 서형석(20·신한금융그룹)은 최종 합계 6언더파로 단독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