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칸의 사랑을 받는 박찬욱 감독이 이번엔 백상의 사랑까지 받았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치러진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영화부문 대상을 거머 쥐었다. 박찬욱 감독은 이로써 백상과 세 번째 인연을 맺었다. 지난 37회 백상에서 '공동경비구역JSA'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40회 '올드보이'로 두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손에 쥔 바 있다.
올해 박찬욱 감독은 7년 만에 선보인 국내 복귀작 '아가씨'로 다양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뿐만 아니라 김민희(여자 최우수 연기상), 조진웅(남자 최우수 연기상), 김태리(여자 신인 연기상) 등 세 부문에 걸쳐 연기상 후보를 배출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감독의 빼어난 디렉션과 감각이 있었기에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박찬욱 감독의 대상 수상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아가씨'로 이미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인정받은 뒤 백상에서 한 번 더 방점을 찍은 셈이다. 지난해 제69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엔 이탈리아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으로부터 '키아비 델라 치타'상을 받았다. '키아비 델라 치타'는 '도시로 들어가는 열쇠'라는 뜻으로, 문화예술 부문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예술가에게 주는 상이다. 제35회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선 올해의 공로상인 '까마귀 기사 상'을 받았다. 시체스, 판타스포르토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손꼽히는 브뤼셀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여했다는 건 박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다. 미국 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다수의 외국어영화상, 미술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도 다시금 재확인했다.
박찬욱 감독은 도전정신과 꾸준한 배움의 자세로 오늘날의 박찬욱 자체 브랜드를 완성했다. 한 번도 안주하지 않았다. 영화 연출에 도움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배웠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국-내외 영화제를 가리지 않고 심사위원을 맡으며, 영화를 더 파고 들었다. 장르, 소재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했다. 장편, 단편도 가리지 않았다. 2011년엔 동생 박찬경과 함께 완성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제61회 베를린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을 받았다. 7년 만에 선보인 국내 연출 복귀작 '아가씨'를 내놓기 전까지도 영화를 기획·제작하며 감각을 잃지 않았다. 할리우드 진출도 했다. 니콜 키드먼,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함께한 연출작 '스토커(2013)'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박찬욱은 믿고 보는 영화 감독을 뛰어넘어, 오늘날 충무로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감독이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그가 내놓은 수작들은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과 후배 영화인들에게 좋은 교과서다. 특히 '올드보이'는 개봉한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외 영화배우·감독들이 한국의 대표 영화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영화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도 박찬욱의 힘이 크다. 2004년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6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관심도가 높아졌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아가씨' 개봉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목받는 삶을 살 줄 몰랐다. 말 그대로 주목받는 삶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부침이 많은 인생을 살 줄 몰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데뷔해서 두 작품을 크게 망해서 다시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공동경비구역 JSA'로 기록적인 흥행을 했고 그 이후에도 오르락 내리락이 심했다. 경제적인 상황도 그랬다. 말도 안 통하는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를 찍느라 고생을 할 줄도 몰랐다. 청소년기, 심지어 대학에 다닐 때까지 내가 상상했던 내 미래와는 다르다 못해 정 반대에 가깝다. 하지만 이 직업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부침은 있을 것 같다. 오르락 내리락도 계속 있을테고 욕도 많이 먹고, 칭찬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살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삶이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그의 주목받는 삶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하다. 17일 개막하는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한국 영화인으로는 신상옥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에 이어 네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