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미끼 신드롬'에 빠지게 만들었던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이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진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의 영광을 얻었다. 꼬박 1년 만에 다시 한 번 걸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시간이다.
노미네이트 된 후보들 조차 쉽게 결과를 판가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부문이었던 만큼, 이 날 현장에는 '곡성' 투자·배급사 20세기폭스코리아 김호성 대표와 나홍진 감독, '밀정(김지운 감독)'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최재원 대표, '부산행(연상호 감독)' 제작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 '아가씨(박찬욱 감독)' 제작사 용필름 임승용 대표와 박찬욱 감독이 자리해 축제를 즐겼다.
작품상 후보를 보면 지난 1년간 충무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백상예술대상은 지난해 영화계의 굵직한 흐름을 파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자,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노미네이트 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세기폭스와 워너브러더스 등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에 투자·배급 사업을 시작한 수입 배급사들의 약진. 그리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세 작품이 모두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서 '세계 속 한국'이라는 말을 입증했다.
고심 끝 백상이 택한 작품은 '곡성'이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곽도원을 주연 배우로, 황정민·쿠니무라 준을 조연 배우로 내세운 것 만으로도 나홍진 감독의 도전의식이 얼마나 강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개봉 후 '악마가 만든 걸작'이라는 호평을 한 몸에 받은 '곡성'은 '추격자' '황해'에 이어 나홍진 감독이 무려 6년만에 선보인 작품으로도 주목 받았다. '미(美)친 영화'라는 입소문 만큼 관객들을 현혹시키는데 성공하면서 한 편의 영화로는 이례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애정에 힘입어 '곡성'은 개봉 당시 누적관객수 687만 명을 기록했다. '곡성'의 흥행 요인은 나홍진 감독의 영리함을 꼽을 수 있다. 관객들은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두고 이리저리 분석하며 영화가 주는 재미를 누렸고 나홍진 감독은 스타 감독을 뛰어 넘어 거장 반열에 올랐다. 백상의 최종 선택은 '곡성'으로 결정났지만, 함께 노미네이트 된 네 작품의 면면 역시 누구도 쉽게 평가 내리기는 어렵다.
'곡성'을 비롯해 '아가씨' '부산행'의 공통점은 69회 칸영화제를 수놓은 자랑스러운 한국 영화라는 것. 칸 영화제에 진출하면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속설을 비웃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가씨'는 누적관객수 428만 명, '부산행'은 1152만 명을 동원해 2016년 유일무이 1000만 영화로 기록됐다.
박찬욱 감독의 선구안이 제대로 통한 '아가씨'는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점 부족하다는 충무로에서 두 명의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로맨스 스토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혐 논란이 팽배한 현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지며 여성 관객을 더욱 환호케 했다. 신예 김태리의 발견도 '아가씨'가 충무로에 남긴 선물이다. 명불허전 거장 박찬욱은 세계 어디에서든 통하는 브랜드가 됐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 하나 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높다. '부산행'이 빵 터지면서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좀비와 관련된 특집이나 패러디가 넘쳐났다. 홍콩·대만 등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 연이어 개봉, 대박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작품으로 한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주연배우 공유는 '부산행'을 시작으로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밀정'은 극단의 시대, 친일 또는 항일의 경계선에 선 인물들의 파노라마를 멋스럽게 기록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밀정' 전과 후로 나뉠 전망. 상반기 스크린을 나홍진·박찬욱 감독이 책임졌다면 하반기에는 또 한 명의 거장 김지운 감독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힘쓴 독립투사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 750만 관객의 환심을 샀다.
저주받은 걸작 '아수라(김성수 감독)'는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후보작 중 유일하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매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정우성·황정민·곽도원·정만식·주지훈 등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배우들의 출연을 성사시키며 '상남자 영화 끝판왕' '캐스팅 끝판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대상 : 김은숙 (tvN '도깨비') 작품상 드라마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작품상 예능 : SBS '미운 우리 새끼' 작품상 교양 : JTBC '썰전' 연출상 : 유인식 (SBS '낭만닥터 김사부') 최우수 연기상(남) : 공유 (tvN '도깨비') 최수우 연기상(여) : 서현진 (tvN '또! 오해영') 신인 연기상(남) : 김민석 (SBS '닥터스') 신인 연기상(여) : 이세영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TV예능상(남) : 양세형 (SBS 모비딕'양세형의 숏터뷰') TV예능상(여) :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 극본상 : 노희경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스타센츄리 인기상 영화 남녀 : 도경수(형) 윤아(공조) 스타센츄리 인기상 TV 남녀 : 박보검(구르미 그린 달빛) 김유정(구르미 그린 달빛) 인스타일 베스트 스타일상 : 김하늘 공로상 : 김영애
▶ 심사위원 명단 TV부문: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심사위원장), 김미라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김옥영 스토리 온 대표, 우미성 연세대학교 교수, 이동규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홍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영화부문: 이장호 감독(심사위원장), 권칠인 감독, 김봉석 영화평론가, 서우식 컨텐츠W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동진 영화평론가, 최건용 극동대학교 교수
▶ 특별취재단 취재: 이경란·김성원·김연지·김진석·이미현·황소영·조연경·박정선 황지영 기자 사진: 김민규·정시종·김진경·양광삼·박세완 기자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