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또 하나의 감동으로 역사를 만들었다. 지금껏 여타 시상식에서 보여줬던 차원이 다른 축하무대로 시상식 이후 회자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연기 열정을 불태운 故(고) 김영애의 공로상, 송강호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개념 소감 등이 백상예술대상의 남다른 품격을 높였다.
故 김영애 공로상 수상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김영애가 지난달 9일 눈을 감았다. 암 투병으로 힘들었던 와중에도 끝까지 작품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촬영 날에는 정신이 맑아야 연기를 잘할 수 있다면서 진통제 투입을 거부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던 고인. 40년이 넘는 그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생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활약상들을 함께 나누며 추억했다. 김영애의 유작이 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김영애 선생님은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셨다. 후배들에게 아름드리나무 같은 분이셨다. 선생님의 연기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SBS '닥터스'에서 김영애와 연기했던 박신혜 역시 "선생님은 후배들로 하여금 배우라는 직업에 긍지를 갖게 해주신 분"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포르테 디 콰트로·단역배우 33인의 특별무대 진심은 통했다. 축하무대에 화려한 퍼포먼스나 톱스타는 없었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그것은 바로 진심이었다. JTBC '팬텀싱어'를 통해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동을 자아냈던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의 노래를 시작으로 단역배우 33인의 무대가 이어졌다. 꿈과 현실의 장벽 앞에서 고뇌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담은 무대였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에서 활약한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꿈을 향해 얼마나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지, 배우란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묻어났다. KBS 2TV '김과장' OST인 '꿈을 꾼다'라는 노래에 맞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33인의 무대는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한 배우들과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명품 무대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송강호의 개념 수상소감 배우 송강호가 영화 '밀정'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어두운 시간 속에서 수많은 위정자가 있지만, 본인의 안위를 뒤로하고 민족, 조국, 백성, 국민을 위했던 수많은 분이 계신다. 그 덕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 그분들의 숭고함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역사적 의식이 성숙한 발언이면서도 현실을 향한 쓴소리로 공감을 불러왔다.
또 송강호는 "'밀정'에서 뛰어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편집돼 단 한 장면도 나오지 못 했던 어린 후배들이 있다. 이 영광은 그분들에게 바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업을 강조하기보다는 자기 이외의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먼저 전하는 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