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주연 자리를 따낸 여느 스타들과는 다르다. 긴 세월 쌓은 내공이 무섭다. 그 사이 후배 배우들이 존경해 마다하지 않는 선배가 됐고, 작품의 중심에서 진두지휘하는 완벽한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예민하고 까칠한 캐릭터부터 허허실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 연기까지 배우 이성민(50)은 신뢰라는 수식어가 찰떡같이 어울린다.
자신보다 후배들을 어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성민은 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을 함께 한 동생들을 분신처럼 여기며 인터뷰 내내 타인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본보기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성민 아닐까. 황금연휴를 휘어잡은 '보안관'의 흥행이 더욱 기분좋은 이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동료애 때문일까. MBC '라디오스타-보안관 특집'이 빵 터졌다.
"사실 내가 해야 할 몫인데 아이들에게 미룬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나가준 것 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래서 현장에도 직접 갔던 것이고.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 있었고 끝나고 나서 당연히 술 한 잔을 사줬다.(웃음) 내 차에 태워 내가 직접 운전해 '보안관' 제작사가 있는 한남동 근처에서 뒤풀이를 했다."
- 사전 리허설도 했다고.
"녹화 전 날 '예능은 말이야~'라며 나름 조언을 해줬다. 경험이 있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자리에 앉혔다. 정남이가 '에이, 형님. 막상 나가면 한 마디도 못하시면서'라고 했지만 못 들은척 무시했다. 하하. '거기에는 그런 것이 있어. MC가 이야기를 하잖아? 그럼 슬쩍 작가를 봐'라는 식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 방송이 터진 것을 보면 리허설 효과가 꽤 있었던 것 아닐까.
"그렇게 믿고 있다.(웃음) (김)성균이는 애초부터 정남이를 밀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핫한 (조)우진이가 있으니까 신뢰가 컸다. (김)혜은이는 현장에서 많이 못 만나 잘 몰랐는데 일단 서울대라는 간판이 있으니까 '잘 하겠지' 싶었다. 성균이가 구상을 했고 '난 이 이야기 하겠다' '그건 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계획을 세웠다. '청심환 먹고 들어가라'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조우진은 의외성이 있었고 배정남은 그야말로 수혜를 입었다.
"우진이는 실제 캐릭터가 그렇다. 우리가 별명을 '시인'이라고 지어주기도 했다. 뭔가 아티스트 느낌이 강하다. 대화도 우리랑은 잘 안 섞이고 진웅이와 좀 맞는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친구 같다고 해야 할까? 똑똑한 놈이다. 그리고 정남이는 복 받았다." - 깔끔한 한 마디다.
"정남이에게는 일찌감치 말해줬다. '네 배우 인생은 '보안관' 전 후로 나뉠 것이다. 고마워 해야 한다. 밥 사라'(웃음) 내가 겪은 배정남은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다. 하지만 사람을 가라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다. 정남이 특유의 유쾌함과 밝음이 있다. 말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정남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때문에 대화가 이어지고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를 편하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친구들도 엄청 많더라."
- 스스로도 많이 흡족해 할 것 같다.
"하루는 호사를 누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참고 있는데 만나면 '이럴수록 침착해라. 차분해야 한다'라고 한 마디 해주려고 한다. 당연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가끔 너무 대책이 없어서.(웃음)"
- 원래 어떤 배우인지 알고 있었나.
"몰랐다. 말레이시아 사람 같은 애가 와서 걸쭉한 사투리를 쓰더라. '쟨 뭐야?' 했더니 '보안관'에 출연하는 배우라고 하더라. 모델 출신이라고 해서 다시 봤는데 키가…. 으하하. 첫 인상은 그랬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갔고 능력있는 친구라 생각됐다." - 내친김에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임현성은 우리 중 유일하게 경상도 출신이 아니다. 서울 압구정 태생이다. 강남에서 평생을 자라 청담거리를 슬리퍼 신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그런 아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현성이는 자기애가 강하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자기가 어제 짬뽕을 먹었으면 오늘 우리가 '짬뽕 먹자!'고 했을 때 '아니요. 전 어제 먹어서'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큰 일이 있어 다 같이 모일 때도 현성이는 약간 아니더라. 다름이자 매력이다."
- 요즘 눈여겨 보는 후배가 있다면.
"배정남 이야기를 실컷 했는데 우진이가 눈에 띈다. 하하하. 이번에 바로 옆에서 지켜 봤는데 신기했다. 연기를 참 잘한다. 과거의 유해진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옛날에 해진 씨도 그런 스타일이었다. 좋은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촬영이 없을 땐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 특별한 취미생활이 있나.
"없다.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집에만 있다. 가끔 자전거 타는 정도다. 뭘 하고 싶어도 집중적으로 할 시간은 없다. 집에서 TV 시청하는 것이 낙이다. 그럼 가끔 와이프가 '언제 나갈거야?'라고 묻는다.(웃음) 근데 TV도 나에게 리모콘 권한이 없다. 모두가 잠들면 내 세상이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샀다."
- 지금의 배우 이성민이 있기까지 아내의 역할이 상당했을 것 같다. 고마운 부분이 있다면.
"잘 참아준 것? 아내는 내가 이런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하더라. TV에 나오거나 영화에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럼 뭘 믿고 결혼했나'라고 물었더니 '그냥!'이라는 심플한 답변이 되돌아 왔다. 그게 우리 아내의 장점인 것 같다." - 생활고 걱정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을텐데.
"연극을 할 때도 그랬지만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온 후 몇 년까지도 집안 경제사정은 아내가 책임졌다. 현대무용을 전공했는데 현대무용을 가르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전공이 아닌 재즈댄스·방송댄스 등을 따로 익혀 문화센터에서 레슨을 했다. 그게 정말 돈이 안 되는데 아내는 꿋꿋하게 해줬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든 흔쾌하게 '오케이' 해줬다. 그 고마움은 말로는 표현 못 한다. 그렇잖아도 요즘 '당신은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라고 말하더라. 100% 인정한다."
- 딸은 배우에 대해 관심이 없나.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지는 않는데 연극반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배우 하려고?'라고 물었더니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너 책 안 읽잖아'라고 한 마디 했다.(웃음) 그래도 아주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입회원서를 썼는데 선배들이 글 잘 쓴다고 칭찬 했다고 하더라. 아직은 확고하게 정한 꿈은 없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방송PD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또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인다."
- 딸이 하는 것은 무조건 지지하는 편인가.
"….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 하하."
- 아빠가 배우인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 같다.
"나를 닮아 티를 내는 성격은 아닌데 가끔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친구들이 날 알아 볼 때 더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갔을 때, 중학생 참관 수업에 참석했을 때, 졸업식에서도 그랬다. 그 후로 학교에는 자주 찾아가지 않지만 늦게까지 자습을 할 땐 늘 데리러 간다. 내 평소 일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