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공개 채용 문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이 공채를 해도 몇 명 안뽑을 뿐 아니라 직군도 영업점 창구 직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채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반면 핀테크와 비대면 거래 등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희망퇴직 등으로 몸집 줄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상반기 공채 겨우 3곳…대부분 "계획 없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올해 채용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채용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이 하반기에 대졸 공채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또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올 상반기에 공채를 실시한 은행은 3곳 밖에 안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 200여 명의 6급 신규 직원을 뽑았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채용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인천국제공항과 강원·충북·전북·광주·전남·울산 등 지방 영업점에서 입출금창구업무를 할 리테일서비스직을 뽑고 있다. 서류 접수는 오는 15일까지다.
우리은행도 오는 22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고 있으며 영업점 예금팀 업무를 전담하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에 한정해서 직원 채용에 나섰다.
가뭄인 채용 시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질적으로 보면 좋지 않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지점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한정해서 뽑고 있고, 채용 규모도 100여 명으로 적다.
일반적으로 공채에서는 전 직군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원을 채용하는데, 이번처럼 직군을 정해서 뽑으면 나중에 다른 부서로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졸 공채를 할 때는 직군을 특정해서 뽑지 않는다"며 "신한과 우리는 모두 신입 공채라는 말을 붙였지만 영업지점에서 일할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뽑는 일반 대졸 공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신규채용…희망퇴직은 거세 은행권에서 신규 채용에 인색한 이유는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인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마다 신규 채용 규모는 감소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하반기에 5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지만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하반기 채용서 150명으로 대폭 줄였다.
매년 300여 명 규모의 신입사원을 뽑아온 신한은행도 올해는 채용 규모가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희망퇴직은 계속되고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은행원이 최고라는 것도 옛말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희망 퇴직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310명의 자리가 없어질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추가 희망퇴직에 대해서는 노사협에서 방법이나 시점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노조와 협의를 거쳐 5~6월께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고,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중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 간의 임금피크제도를 통일한 후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4대 은행 직원수도 매년 감소세다.
지난 2014년 6만6684명이었던 전체 임직원수는 2015년 6만4849명으로 1835명의 자리가 없어졌다. 지난해에는 6만2962명으로 188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로 업황이 바뀌는 만큼 기존 직원 감축은 어쩔 수 없다"며 "다만 IT부문 등 전문 직종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