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1위(1.41)에 선발 등판 평균 7.3이닝 투구로 이 부문도 전체 1위다. 가장 많은 이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투수가 피어밴드다. 올 시즌 그의 활약을 설명하는 데 너클볼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에도 미치치 않던 너클볼 구사율이 올 시즌엔 25%를 넘는다. 그의 손을 떠난 4개의 공 중 1개가 너클볼인 셈이다. 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지는 구종이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너클볼 구사율이 40%가 넘는다. '결정구'인 셈이다.
너클볼은 공의 회전이 적다. 그래서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불규칙적으로 떨어지거나 휘어진다. 포수조차 낙구 지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제구가 어렵고, 만족할 만한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피어밴드는 너클볼 제구에 자신이 있다. '자신의 너클볼의 매력을 꼽아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내 너클볼은 제구가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기록상으로 살펴봐도 피어밴드의 너클볼 제구력은 뛰어나다. 너클볼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간 비율이 50%대다. 타자들이 배트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시속 140㎞대 빠른공을 본 타자의 눈에 평균 구속 120㎞대 너클볼은 잘 들어온다. 하지만 정타가 좀체 나오지 않는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너클볼 피안타율은 0.154에 불과하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너클볼을 던진다. 포구가 쉽지 않은 너클볼을 포수 장성우가 잘 잡아 주고 있다. 장성우는 올 시즌 피어밴드가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선발 마스크를 착용했다. 2013~2015년 롯데와 kt에서 크리스 옥스프링의 너클볼을 받아 본 경험도 있다. 장성우는 "옥스프링의 너클볼에 상대 타자들이 방망이를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헛스윙이나 파울, 범타 등 상대 배트를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이어 "피어밴드는 너클볼 제구가 된다. 그래서 볼 배합을 하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너클볼을 결정적일 때 많이 사용하더라"고 했고, 김기태 KIA 감독은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컨트롤까지 돼 스트라이크로 들어온다"고 놀라워했다.
투포수 모두 너클볼을 잘 활용한다. KBO 리그에서 너클볼을 주 무기로 삼는 투수는 피어밴드가 사실상 처음이다.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삼진 10개를 잡았다.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너클볼 5개, 직구 4개, 체인지업 1개였다. 가장 느린 너클볼의 위력으로 타자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직구와 체인지업 등 다른 공의 효과도 덩달아 좋아졌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7차례 등판에서 5승2패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뿐 아니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위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2.81로 전체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1위다. 그에게 '어떤 기록이 가장 마음에 드나'라고 물었다. 피어밴드는 "개인 성적은 관심 없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