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6할대 승률을 유지하는 데는 '숨은 공신'이 있다. 내야수 이상호(28)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주전 2루수 박민우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굴곡진 야구 인생을 걸었다. 이상호는 육성선수 출신이다. 영동대를 졸업한 2010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방출됐다. 2011년 다시 SK에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2012년 신생팀 NC에서 다시 그라운드에 설 기회를 얻었다.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다. 그리고 2013년 비로소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2013년 103경기에 나왔지만 주로 교체 멤버였다. 2014년엔 96경기 54타석 기회만 얻었다. 시즌 뒤 상무에 입대해 2016년 9월 전역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선발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개막 첫 주엔 주로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박민우의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선발 2루수로 나설 기회가 많아졌다.
공격력도 준수하다. 올 시즌 출전한 30경기에서 타율 0.300(90타수 27안타)을 기록했다. 4월 20일 롯데전에서 처음 3할 타율을 기록한 뒤 꾸준히 2할 9푼에서 3할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2번 타자나 9번 타자로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수비도 안정감이 있다. NC 주전 내야수 중 실책(2개)이 가장 적다.
준비의 결과다. 상무 시절 자신의 타격을 정립하려 했다. 퓨처스리그에 속한 상무 구단은 그에게 더 많은 타석 기회를 줬다. 2016년엔 83경기에서 타율 0.347을 기록했다. 10개 구단에서 수준급 선수들이 모이는 상무에서 그보다 좋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김헌곤(삼성), 한동민(SK), 권희동(NC)뿐이다.
이상호는 "상무에서 이영수 타격코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kt 정현, 한화 하주석 등의 타격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 지도자다. 길어진 비활동 기간 동안 개인 훈련을 소홀하지 않은 것도 효과를 봤다.
개인 목표는 없다. 타석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이상호는 좋은 타격감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저 팀 배팅을 할 뿐이다. 그게 내 임무다. 2번 타자로 나설 때는 뒤 타자가 나성범이다. 기회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1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박민우는 몸 상태가 완벽해진 뒤 출전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 아직은 온전히 수비와 주루를 소화할 몸이 아니라고 봤다. 당연히 이상호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이 기회에 주전을 노려볼 만도 하다.
하지만 이상호는 초연하다. 그는 "박민우가 돌아와 출전 기회가 줄어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내 목표는 팀의 우승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