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보 반, 해명 반이다. 긍정의 아이콘 봉준호 감독은 변함없는 센스를 발휘했고, 틸다 스윈튼 등 배우들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마스코트 안서현은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는 현지 시간으로 19일 오전 8시30분 프레스 스크리닝을 통해 첫 공개, 상영 직후인 11시께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폴 다노·스티븐 연·릴리 콜린스·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데본 보스틱·안서현·변희봉이 참석해 각국에서 모인 영화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서 제작비 600억 원을 전액 투자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것에 대해 프랑스 영화계의 반발을 얻었고, 수상 여부를 놓고 영화제 개막 당일 심사위원들은 신경전을 펼쳤다. 첫 스크리닝에서는 상영중단이라는 해프닝을 겪기도 헀다.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옥자'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주목도는 더 더욱 봉준호 감독에게 쏠렸다. 봉준호 감독은 일련의 논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어야 했고, 첫 공개된 '옥자'에 대한 부연 설명도 덧붙여야 했다. 하지만 워낙 자신만의 생각이 강한데다가 말 잘하기로 소문난 감독인 만큼 봉준호 감독은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질문도 유연하게 넘기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비쳤다. 배우들 역시 '옥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사실상 여주인공으로 대작을 이끈 13세 소녀 안서현이 질문에 재치있는 답을 전하자 장내는 웃음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는 후문. 배우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고개를 돌려 안서현을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봐 눈길을 끌었다. 해당 영상은 이후 온라인 상에서 소소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오전 상영에서 영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봉준호 감독(이하 봉) "영화제에서 흔히 있는 일 아닌가. 오히려 오프닝을 두 번 보게 되니 영화에 도움이 됐다. 정말 좋다"
- '옥자'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인가.
봉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하고 싶은데 물어보셨으니까 이야기를 하자면…. 딱 하나만 말한다면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지만 고통도 많다. 힘들고 피곤하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우리와 같이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는데 그들에게도 피로와 고통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옥자'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하며 찍었다."
제이크 질렌할 "봉준호 감독은 자연의 문제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옥자'만큼 좋은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안서현 "옥자를 찍기 전까지는 굉장히 육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돼지고기도 엄청 좋아했. 미자가 되고 나서부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옥자가 끌려가고, 많은 경험을 하는 모습을 찍고, 느끼고, 본 입장에서 고기를 많이 가까이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미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 이 영화를 찍고 나서는 그렇게 됐다."
- 전작과 색채는 다소 다르지만 이전 자품들과 마찬가지로 장르는 모호하다.
봉 "일부러 혼란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만들다 보면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다. 그런 것 때문에 어떤 분들은 딱 하나를 정할 수 없다며 구분을 포기하고 '봉준호 장르'라고 하는데, 이건 내게 있어 가장 큰 찬사다."
- 동물과 인간의 우정과 동화적인 분위기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봉 "어렸을 때부터 그분을 좋아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시대 살아가는 창작자 중에,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영역에서 이뤄놓은 큰 업적들이 있다. 다만 '옥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 생명과 동물, 자본주의 영역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 이 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가지 않은 길, 그리지 않았던 내용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그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 스티븐 스필버그와 비견되는데 영향을 받았나.
봉 "1970년대 스필버그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죠스', '듀얼', '슈가랜드 익스프레스' 등을 자꾸 다시 보니까 몸에 스며들었을 것 같다. 스필버그 등 70년대 미국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영화적 멘토는 따로 있다. '하녀'를 만든 한국 김기영 감독, '나라야마 부시코'의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다. 물론 그 분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 분들을 모신다.(웃음)"
- 넷플릭스와 첫 작업은 어땠나.
봉 "이렇게 큰 예산이 들어간 작업인데도 실제 영화를 찍는 과정, 캐스팅, 편집 과정에서 전혀 간섭이 없었다. 100% 창작의 자유를 줬다. 없었다. 행복한 작업이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는 이유로 많은 논쟁이 있다. "극장 상영작이 아닌 작품이 상을 받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 페트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발언도 있었는데.
봉 "난 그의 오랜 팬이다. 어떤 형태로든 영화를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우리 영화에 대해 뭐라고 말해도 좋다. 내가 어릴 때부터 그 분의 영화를 보고 자랐고 정말 좋아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칸이 '옥자'를 초청해준 것을 봐도 굉장히 유연한 태도라 생각한다. 좋은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열린 마음이 좋은 타협점을 찾도록 도와주지 않겠냐. 오늘 밤 공식 상영을 하게 돼 기쁘다."
틸다 스윈튼 "우리는 상을 받으러 칸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어 "그저 이 멋진 작품을 보여드리러 온 것이다. 칸에서 '옥자'를 선보이게 돼서 매우 흥분될 뿐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