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부하는 아시아 강호임에는 분명하다. 각종 아시아 대회에서 수많은 득점왕이 탄생했다. 하지만 FIFA가 주관하는 대회는 세계 최강의 팀들이 참가한다. 양대 산맥 유럽과 남미가 있는 무대에서 아시아의 강호라도 주인공은 될 수 없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단 한 번도 'FIFA 대회 득점왕'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다.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불가능'이라고 먼저 선을 그었다.
2017년는 과거 한국 축구와 다르다. 득점왕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역대급 재능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20)와 이승우(19)가 만들어낸 분위기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 중인 백승호와 이승우는 나란히 2골을 기록하고 있다. A조 1차전 기니전 1골, 2차전 아르헨티나전 1골을 성공시켰다. A조와 B조가 2차전을 마친 지금 두 선수는 2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베네수엘라 세르히오 코르도바(20)의 3골이다.
경기당 1골을 넣고 있는 지금의 흐름을 이어 간다면 충분히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콜롬비아 대회 5골, 2013년 터키 대회 6골, 2015년 뉴질랜드 대회 5골 등 U-20 월드컵 최근 결과를 보면 5~6골 정도면 득점왕을 노릴 수 있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목표를 4강 이상이라 밝힌 이상 백승호와 이승우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두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
24일 대표팀 훈련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만난 백승호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백승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득점왕 욕심은 없다. 개인적인 것은 내려놓으려 한다"며 "팀 승리를 위해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회 초반이라 득점왕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가면 득점왕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백승호와 이승우가 득점왕에 등극한다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영광이다.
1981년 호주 대회에서 마크 코사스(54·호주)가 4골로 득점왕에 오른 경험이 있다. 1993년 호주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호주는 다시 한 번 앤티 밀리시치(43)라는 득점왕을 배출했다. 밀리시치는 3골을 넣었다. 하지만 당시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소속이었다.
따라서 진정한 최초의 아시아 득점왕은 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에서 4골을 성공시킨 일본의 사카타 다이스케(34·아비스파 후쿠오카)다.
아시아에서 14년 만에 '바르셀로나 듀오'가 최고 킬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또 단독 득점왕 탄생도 기다리게 만든다. 호주의 2명 선수와 사카타는 모두 공동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다.
내친김에 백승호와 이승우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겠다는 각오다.
1981년 호주 대회에서 카타르가 아시아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독일에 0-4 완패를 당했지만 카타르의 결승 진출은 아시아 축구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일본이 아시아 두 번째 준우승을 거두며 아시아 축구 위용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강렬한 모습으로 16강을 조기 확정지었다. 한 외국 베팅업체는 한국을 프랑스와 우루과이, 잉글랜드 등과 함께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꼽았다.
백승호는 "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목표를 크게 잡아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우 또한 "나 역시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뛸 것이다. 어려운 상대들이 많다. 더 단단히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FIFA 대회 득점왕과 우승이라는 꿈이 꿈으로만 끝날 수 있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승호와 이승우라는 천재들의 등장으로 인해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이들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득점왕과 우승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