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 소집한다.
다음 달 14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 원정을 넘기 위함이다.
한국은 최종예선 6차전 중국 원정에서 굴욕적인 0-1 패배를 당했다. 이어진 7차전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 속에 가까스로 1-0 승리를 챙겼다. 비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슈틸리케팀이 위기에 놓인 이유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A조 2위다. 1위 이란(승점 17점)을 넘기에는 역부족이고,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의 추격에 위태롭다.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대표팀은 '파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를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선택했다. 하나는 조기 소집. 또 하나는 이근호(32·강원 FC)다.
◇ 12명부터 훈련 시작한다
이번 소집은 반쪽짜리다. 대표팀 엔트리 24명 중 소속팀 일정이 끝난 12명 선수들만 모이기 때문이다.
이근호를 비롯 조현우(26·대구 FC)·곽태휘(36· FC 서울)·김창수(32 ·울산 현대)·최철순(30)·김진수(25)·이재성(25·이상 전북 현대) 등 7명의 K리거가 합류한다. 여기에 손흥민(25·토트넘)·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기성용(28·스완지 시티)·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 4명이 모였다. 카타르 스타스리그 한국영(27·알 가라파)도 포함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선수들에게 조기 소집 훈련을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이 허락한 12명만 모인 것이다.
반쪽짜리 훈련이라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훈련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팀 훈련이 아닌 개인 훈련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리그를 마친 선수들은 훈련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예정이다. 피로가 쌓여 무리한 훈련은 하지 않겠지만 그동안 지녀왔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훈련은 필요하다.
시즌 중반까지 달려온 K리거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창 몸이 좋을 때다. 지금 상태를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팀 경기를 뛰지 못한 이청용과 박주호는 최대한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대표팀에서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
12명의 선수들은 파주 NFC에서 다음 달 3일까지 훈련한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장소를 옮긴다. 이곳에서 나머지 대표팀 선수들도 합류한다. 이후 8일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결전의 장소 도하에 입성할 계획이다.
◇ 중동 킬러가 컴백했다
한국 축구 최고의 '중동 킬러'가 대표팀에 컴백했다. 바로 이근호다. 그는 위기의 슈틸리케팀을 살릴 수 있는 '히든카드'다.
이근호는 왜 '중동 킬러'로 불리는가.
대표팀 시작부터 '중동 킬러'였다. 2007년 6월 29일 중동의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이근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이근호는 이라크전에서 1골을 넣으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이근호는 A매치 총 75경기를 뛰었고, 19골을 성공시켰다. 그중 중동 상대로 넣은 골이 무려 11골이나 된다. 카타르(3골)·UAE(3골)·이라크(2골)·쿠웨이트(1골)·사우디아라비아(1골)·바레인(1골)이 이근호의 공격에 당한 중동 국가들이다.
이런 '중동 킬러'가 중동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표팀에 돌아온 것이다. 약 2년5개월 만이다. 이근호는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전 이후로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상대가 중동의 카타르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이근호가 3골이나 터뜨린 기억이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 조에 묶인 카타르를 상대로 원정 2골, 홈에서 1골을 기록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카타르전 3골을 넣은 이는 이근호가 유일하다.
게다가 이근호는 카타르 리그 경험도 풍부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카타르 엘 자이시에서 활약했다. 카타르 대표팀 핵심 선수들은 이근호에게는 익숙하다.
'중동 킬러'로서 면모를 제외하고도 이근호는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이다. 최근 투혼을 잃은 대표팀에 이근호가 힘을 보탤 수 있다. 이근호가 투지를 실어 경기에 뛴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또 위기의 순간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 이근호의 노련함이 대표팀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의 최근 활약이 좋았다. 특히 서울전을 봤는데 과거와 같은 날카로움이 살아난 것을 확인했다"며 "활동량이 많고 열심히 뛰는 선수다.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해 다시 발탁했다"고 이근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근호는 비장함을 드러냈다. 그는 "대표팀에 중요한 시기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며 "내가 대표팀에 뽑힌 것으로 좋아할 때가 아니다. 결과가 중요하다. 카타르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