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2년 차 투수 이영하(20)는 28일 잠실 kt전에서 데뷔 첫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4-4로 맞선 5회 무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이 9-5로 역전승하면서 이영하에게 '승리 투수'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이영하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1차 지명됐다. 그러나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에만 전념했다.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는 특급 유망주의 데뷔가 올해 5월로 미뤄졌던 이유다.
오랫동안 상상만 했던 1군 마운드다. 이영하는 고3 때 LG 김대현과 원투펀치를 이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제패했다. 그 후 둘은 잠실팀 두산과 LG에 각각 1차 지명돼 필연적인 라이벌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4월 김대현이 먼저 잠실 마운드에 올라 첫 승을 따내는 동안, '꼭 1군에 올라가겠다'는 이영하의 열정도 더 커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그는 29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팬들이 생각보다 더 많이 응원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오래 기다린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기분이 좋았다. 많이 떨렸는데, 막상 1승을 하고 나니 더 좋다. 운이 많이 따라 준 것 같다. 우리팀 불펜 투수 형들을 보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기대한 만큼 기쁘다."
- 고대하던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했다. 실망하지는 않았나.
"솔직히 실망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얼른 다시 마음을 잡고 재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게 구단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재활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 친구 사이인 LG 김대현이 먼저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대현이가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빨리 1군에 올라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하면서 응원도 하곤 한다."
사진=두산 제공
-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 보니 어떤가. 주말이라 관중도 많았다.
"아무래도 1군에 막 올라온 선수라 팬 분들이 나를 잘 모르실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응원을 많이 해 주셔서 놀랐다. 이름도 많이 외쳐 주시더라. 기대하지 못했던 응원을 받으니 정말 좋았다. 이틀 연속(27·28일) 나갔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 고교 때부터 시속 150㎞ 강속구를 던졌다. 그래서 더 구단과 팬들의 기대가 컸다.
"원래는 마른 편이라 구속이 그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았다. 고교 1학년 때까지는 시속 135~137㎞ 정도 던졌다. 고2 때 살이 많이 찌면서 갑자기 144㎞까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3 때 150㎞를 넘겼다. 수술은 받았지만, 구속은 줄어들지 않았다."
- 선발보다 불펜 쪽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들었다.
"예전부터 그냥 그런 꿈이 있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선배님이 타자들과 막 (힘으로) 붙는 모습을 보면서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펜으로 던지고 싶었고, 언젠가는 마무리 투수를 맡아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나 역시 물러서지 않고 타자들을 상대로 멋있게 정면 승부하고 싶다."
- 데뷔 첫 승 축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연락이 너무 많이 왔다. 친구들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2군에서 많이 챙겨 주셨던 코치님들이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또 내가 오래 재활을 했기 때문에 트레이너 형들과 가깝게 지냈다. 다들 정말 기뻐해 주셨다. 일일이 다 답장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웃음) 힘들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 시즌이 많이 남았다. 이정후(넥센)라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있지만, 아직 충분히 도전할 시간이 있다.
"나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안 그래도 어제 정후도 축하한다고 연락이 와서 고마웠다. 그런 부분은 좀 더 경기에 나가 보고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