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를 맞은 KBS 개그콘서트가 3주 동안 '개콘' 출신 코미디언들과 유재석·노사연·솔비·전소미 등 다양한 셀러브리티를 총출동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콘' 출신 코미디언들의 소외로 인한 불만 호소와 '추억팔이'라는 신랄한 평만 돌아왔다.
과거 '개그콘서트'는 특집 때마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게스트가 나와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시대를 풍미한 코너들을 끄집어냈다. 그나마 '사랑이 라지' '세.젤.예' 등이 요즘 코너이며 김준현·솔비·딘딘 등이 웃음을 더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사랑받고 있는 코너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코너 중 시청자들 모두가 따라하는 유행어나 웃음코드가 있는 코너는 전무하다. 이러다 보니 선배들이 나와 도울 수밖에 없었다.
선배들이 도우러 나와서도 말썽이었다. '마빡이' '봉숭아학당' 등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정종철은 앞서 자신의 SNS에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작진 맥을 한참 잘못 짚네요. 900회라며 '개그콘서트'와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고요.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분들께 웃음 드리려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하길 바랍니다'고 꼬집었다.
'개그콘서트'의 몰락, '웃찾사' 폐지 등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방송국에 가한 일침이었다. 제작진도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과했다. '영광을 함께했던 개그맨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모시지 못했던 건 안타깝다. 과거의 영광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지 않도록 후배 개그맨들이 힘쓰고 있으니 너그러이 축하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3주는 이슈로 버텼지만 진짜는 이번 주부터다. 3주 특집 전인 지난달 16일 방송 분은 최근 10년간 '개그콘서트' 최저 시청률 7.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더 이상 스타들도, 선배들도, '레전드' 코너도 없다. 3주 특집을 바라본 시청자들의 반응 대부분은 '구관이 명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