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는 5월 31일까지 시즌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삼진 81개를 잡아냈다. 2위 차우찬(LG·10경기 등판)을 13개 차로 앞서며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11번의 등판 중 8탈삼진 이상 경기가 6차례나 된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무난하게 200탈삼진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가장 최근 200탈삼진에 가까웠던 외국인 투수는 2013년 레다메스 리즈(당시 LG·188개)와 2014년 릭 밴덴헐크(당시 삼성·180개)다.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면 켈리는 향후 20~21회 정도 선발 기회를 더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경기당 7.36개 삼진을 잡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150개가량을 추가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236탈삼진도 가능하다. 1984년 최동원(당시 롯데)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를 넘어서는 수치다. 물론 1984년 정규 시즌은 올해(144경기)보다 44경기 적은 100경기였다. 하지만 이해 최동원은 무려 284⅔이닝을 던졌다.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은 2001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의 215개다. 이해 에르난데스의 소속팀은 올해 켈리와 같은 SK였다. 외국인 선수가 KBO 리그에 뛰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한 시즌 200K 기록을 세운 유일한 외인 투수가 에르난데스다. 당시엔 133경기 스케줄이었고, 144경기로 환산하면 233개다.
200탈삼진은 가치가 높은 기록이다. 같은 아웃이라도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레이는 상대 주자에게 추가 진루 기회를 준다. 하지만 삼진은 수비진의 도움 없이 투수가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아웃 카운트다. 200탈삼진 기록을 위해서는 시즌 200이닝 안팎을 소화할 수 있는 꾸준함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내구성 등이 필요하다. 헛스윙을 이끌어 내는 구위도 필수적이다. 국내 투수 중에선 2000년 이후 류현진만 두 차례(2006·2012) 기록했을 뿐이다. 불펜 분업화에 따라 완투형 선발투수가 사라지면서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켈리는 "200탈삼진은 따로 생각하거나 의식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달성하면 내게 매우 의미가 있는 기록이고, 놀라운 숫자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KBO 리그 3년 차에 접어든 켈리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지난해 152개다. 2016시즌 켈리는 200⅓이닝을 던졌지만, 9이닝당 삼진 비율이 6.5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0.22개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 시즌에 비해 커터를 보다 더 능숙하게 던지게 된 점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코너워크 인 앤 아웃에 좀 더 신경 써서 던지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켈리의 최대 강점은 '건강'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이후 단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경험이 없다. 여기에 노련함까지 갖추면서 역대급 외국인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켈리가 에르난데스의 기록을 향해 전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