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빠르다." '최소 11.5~12.7피트(3.5~3.9m)까지….' 국내 최고 수준의 그린스피드를 자랑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골프장(파72)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대회가 그렇다. 8일부터 나흘 동안 남해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치러질 이 대회는 국내 유일의 남자골프 매치플레이다. 총상금도 작년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되면서 메이저대회로 격상됐다.
그에 걸맞게 코스세팅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골프장은 올해 처음으로 프로 대회를 유치한 케이스인데도 코스 및 그린 관리가 일품이다. 주최 측인 데상트도 고품격의 대회 운영을 목표로 대회 장소를 서울 수도권 인근에서 이곳 남해로 옮겼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그린스피드가 화제다. 빨라도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대회경기위원회는 이날 공식 그린스피드를 3.5m로 공지했다.
미국이나 국내 남자골프 투어 무대의 보편적인 그린스피드는 10.5피트(3.1~3.2m) 안팎이지만 이번 대회는 그 최소 단위가 11피트부터 시작되고 있다. 최대치는 12.7피트로 그 빠르기가 대단히 빨랐다.
그러나 선수에 따라서 개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선수는 "뭐, 적당한 스피드다"라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선수는 "상당히 빨랐다. 그린의 굴곡(언듈레이션)이 더해지면서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대박 샷을 터뜨린 장이근(24)은 "지난주 그린 컨디션과 비슷했다. (이 얘기는 한국오픈의 그린스피드가 대단히 빨랐는데) 같은 수준의 상태에서 플레이를 해 봤기 때문에 이번 대회 스피드 적응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이근은 이 덕분인지 이날 32강전에서 박효원(30)을 4&3(3홀을 남기고 4홀 차 승)로 꺾고 16강 조별리그에 진출했다.
송기준(30)은 32강전에서 현정협(34)을 꺾고(4&3) 16강 조별리그에 이름을 올렸지만 장이근과 달리 빠른 그린스피드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는 "특정 홀에서는 너무 빨라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린 언듈레이션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볼이 계속해 굴러갔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의 코스관리팀은 "그동안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는 평균 2.8m(최대 2.9m) 수준의 스피드를 제공했다"며 "우리 코스에서 그린스피드를 3.0m 이상 올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대회조직위원회와 골프장측은 9일 이른 아침에도 그린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대의 롤러기를 동원해 각 홀 그린을 다지는 작업을 계속했다.
한편 그린스피드는 스팀프미터(Stimpmeter)기로 측정한다. 90㎝의 V자 홈 알루미늄 막대기 한쪽 끝에 골프볼을 놓고 그 끝을 서서히 들어올렸을 때(경사 각도 30도) 굴러간 볼의 평균값이 그린 빠르기다. 양방향으로 볼 3개씩 측정한다. 보통 골프장의 스피드는 2.5~2.8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