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승 투수인 한화 배영수(36)가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9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올렸다. 팀의 5연패를 끊는 귀중한 호투. 배영수의 완투승은 삼성 시절이던 2014년 6월 25일 대구 넥센전 이후 1081일 만에 나왔다.
한화에도 감격적인 기록이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국내 투수가 9회까지 홀로 책임진 경기는 무려 5년 만에 처음이었다.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이 2012년 7월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완투승(9이닝 3실점)한 뒤 처음이다.
한화는 지난 4년간 국내 투수 완투승이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조차 지난해 주권의 완봉승으로 창단 첫 국내 투수 완투승과 완봉승을 신고했지만, 한화 국내 투수들은 계속 침묵했다. 지난 2015년 '벌떼 마운드'의 상징인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그런 양상이 더 심해졌다. 배영수가 이날의 역투로 오랜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투수들의 완투승(완봉승 포함)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 완투승이 총 12차례 나왔다. 올해는 아직 반환점도 돌기 전에 이미 배영수가 시즌 10호 완투승 고지에 올랐다. KIA에서는 헥터 노에시가 4월 7일 광주 한화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일주일 뒤인 4월 14일에는 광주 넥센전에서 팻 딘이 9이닝 2실점으로 다시 완투승을 올렸다. 4일 뒤에는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처음 합류한 '영건' 임기영이 수원 kt전에서 9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kt에서는 라이언 피어밴드가 4월 9일 수원 kt전에서 완봉승을 올렸고, 고영표가 같은 달 29일 수원 LG에서 다시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두산에서도 장원준이 5월 11일 잠실 SK전에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고, 유희관이 9일 뒤인 20일 광주 KIA전서 다시 완봉승 소식을 전했다. 4월에만 다섯 투수가 완투승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도 2명이 나왔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3명째다. LG 데이비드 허프가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임기영이 지난 7일 광주 한화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작성했다. 주 중 3연전의 임기영에 이어 주말 3연전의 배영수까지 일주일 사이에 총 2차례 완투승 투수가 배출됐다. 국내 투수들(6명)의 완투승 비중이 외국인 투수들(4명)보다 많아졌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야구 관계자들은 "과거에 비해 완투형 투수가 줄었다"고 한탄해 왔다. "선발투수들이 5~6회까지만 막고 내려오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완투승 투수들의 숫자는 선발투수들 역시 완투승이나 완봉승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지난달 20일 2년 만에 완봉승을 따내면서 공 122개를 던진 유희관은 "8회가 끝난 뒤 투구 수가 좀 많다고 생각했지만, 완봉승은 워낙 귀한 기회라 욕심을 부려서 더 던지고 싶다고 부탁드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