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아이돌 음원 새벽 줄세우기 등 차트 왜곡 문제 해결을 위한 음원차트 개혁이 지난 2월 27일 시행됐다. 인기가수들이 선점했던 자정 발매시간이 18시로 옮겨갔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지금, 가요계에선 어떤 변화를 느꼈을까. 단순한 차트 반영시간 변경으로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뜻밖의 수확은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사재기 시도가 있었는데 최근엔 불법적인 시도를 느끼지 못해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며 개혁에 긍정적이었다. 차트 왜곡을 줄이고자 했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시도는 반쯤 성공했다.
힘들어진 신인들 개혁 여파로 차트 내 신곡 유입이 줄었다. 실시간차트를 살펴보면 매일같이 익숙한 이름들이 반복된다. 차트 100위 안에서도 순위 변동 또한 거의 없다. 한 번 이름을 올린 가수들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반면, 웬만한 인지도로는 차트 장벽을 뚫기 힘들다. 데뷔 2~3년차 아이돌들이 "차트 인을 목표로 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만 봐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아이돌을 키우는 입장에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신인아이돌에겐 차트인은 '넘사벽'이다. 아이돌 팬들도 "팬덤 수 차이에 따라 총공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신인을 준비중인 한 가요매니저는 "안그래도 좁은 차트의 문이 콩알만해졌다. 차트인을 해야 '이런 아이돌이 나왔구나'라고 알아주는 세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데뷔를 했는지, 컴백을 했는지 대중들이 어떻게 알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톱가수들은 높아진 진입 장벽을 뚫고 줄세우기를 시전한다. 지난 8일 새 앨범 '권지용'을 발매한 지드래곤이 대표적인 예다. 19세 이하 청취 불가 판정을 받은 '인트로 권지용'·'개소리'를 포함해 수록된 5곡 전곡을 줄세웠고, 발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롱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사관계자는 "줄세우기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로 줄어들었다. 차트공략 패턴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했지만 톱클래스 아티스트들에겐 개편이 무의미하다. 팬덤 외 대중의 영향력이 컸다"고 분석했다.
사재기 장벽 더 높일 것 일각에선 발매 하루 지난 자정에 사재기를 하면 개편 전과 똑같이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협회 측은 "발매 당일 불합리한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개편 이후 음원어뷰징 타깃 시간대가 오후 6시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기 때문에 웬만한 사용량으론 차트 진입이 어려운 시간대다. 이처럼 점점 진입장벽을 높여, 사재기가 어렵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에서 운영하는 가온차트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 나갈 것이다"면서 "2012년 추천곡을 없애는 등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어떤 방식을 도입하건 분명 사재기 현상은 있을 것이다. 판단오류를 유도해 차트를 왜곡시키는 일은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추가 차트 개편의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