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2만 개 5000달러(약 560만원), ‘좋아요’(페이스북) 4만 개는 6000달러(약 670만원).
가짜뉴스 업체가 당신에게 제시할 수 있는 홍보비용이다.
도대체 가짜뉴스는 누가 만들고, 어떻게 생산해 유통할까. 이런 의심에 대해 일본에 기반을 둔 사이버보안회사 ‘트렌드 마이크로(Trend Micro)’가 가짜뉴스 ‘지하시장’을 조사해 가짜뉴스 생산 비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짜뉴스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내용부터 프란체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는 얘기 등 다양한 가짜뉴스가 등장했다. 일부는 가짜뉴스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러시아가 그의 당선을 위해 가짜뉴스 생산ㆍ해킹 등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탄핵 위기로까지 몰리며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프랑스 대선 때도 각종 가짜뉴스가 나돌아 에마뉘엘 마크롱 당시 대선 후보가 곤욕을 치렀다.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는 일도 잦아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3월 시리아 난민 아나스 모다마니와 찍은 사진이 테러리스트와 사진을 찍은 것처럼 둔갑해 페이스북 등에 유통됐다. 난민 문제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때 부정적인 여론을 겨냥한 전형적인 가짜뉴스였다.
트렌드 마이크로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권 선거캠프는 가짜뉴스 업체에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만 지불하면 각종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을 통해 선거를 얼마든지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비용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가짜뉴스에 댓글 2만 개가 달리고, ‘좋아요’가 4만 개 붙으면 그럴싸한 뉴스로 둔갑할 수 있다. 각각 560만원과 670만원, 1230만원을 내면 된다. 추가 비용을 내고 가짜뉴스를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유튜브 동영상을 첨부하거나 리트윗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사안과 관련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1만 달러(약 1100만원)가 든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더 나아가 캠프에 유리한 특정 그룹을 만들고 소셜미디어에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는 데엔 4만 달러(약 4500만원)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캠프에 불리한 기사가 나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5만5000달러(약 6200만원)를 지불하면 해당 기사의 신뢰성을 흠집낼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가짜뉴스에 기반해 논란을 일으키고, 거리 시위까지 만들어내는 데는 20만 달러(약 2억2000만원)가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선거캠프가 가짜뉴스를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40만 달러 정도란 추산이다.
트렌드 마이크로는 중국ㆍ러시아ㆍ중동ㆍ영국 등에 기반을 둔 가짜뉴스 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이같은 비용을 산출했다.
트렌드 마이크로의 사이버안보 담당 사이먼 에드워드는 “가짜뉴스 업체들은 전통적인 선거 홍보비용보다 가짜뉴스 관리가 돈은 적게 들고 효과는 더 좋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며 혀를 찼다.
이어 “실제 연간 40만 달러는 정치인과 정당에 홍보비용치곤 적게 드는 편일 수 있다”며 “가짜뉴스 업체를 고용하는 게 선거판에서 공공연한 일이 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미 대선 이후 가짜뉴스가 논란이 되면서 가짜뉴스 유통채널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지목됐다. 이들 IT기업은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고, 주요 언론도 팩트체크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독자와 소셜미디어 사용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매일 읽는 뉴스가 참인지, 거짓인지 의심하며 소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보고서를 냈다”며 “우리는 가짜뉴스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