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스스로도 인정한 배우 인생 최고의 도전이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결국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이제훈이지만 시작은 영화였다. 여전히 신인시절 파격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던 '파수꾼(윤성현 감독)'과 '고지전(장훈 감독)'은 이제훈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이후 본격적인 상업영화 전선에 뛰어들면서 이제훈이 갖추고 있던 고유의 빛은 아쉽게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가장 먼저 알아챈 이들은 역시 관객. 흥행 성적이 미비한데는 분명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이제훈이 이준익 감독을 만나 절치부심, 새 얼굴의 이제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훈은 이번 영화에서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한 후 일본에서는 조선인 최초의 대역 죄인, 조선에서는 영웅으로 불린 실존인물 박열로 분해 데뷔 이래 가장 폭발적인 연기 변신을 펼쳤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박열의 외모는 물론, 내면까지 100%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기본이었다. 이준익 감독도 알아보지 못한 분장만으로도 강렬한 임팩트를 전한 이제훈은 촬영 기간 내 실제 금식을 감행, 캐릭터의 극단적 변화를 꾀했다.
예민함을 연기로 승화 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완벽한 장면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 악물고 매달린 이제훈은 "더 때려달라"고 스스로 요구하며 자신만의 박열을 완성시켰다. 터닝포인트가 되기 충분하다.
물론 관객들이 이 같은 변신과 변화의 노력을 받아들여 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어느 때보다 애정 가득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제훈의 노고가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조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