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를 통해 극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왠만하면 정말 가능하면 조금만 시간을 내 움직여 한번쯤은 극장에서 '옥자'를 관람하길 추천하는 바이다.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는 29일 자정을 기점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 상에 공개됐고, 오전 9시 이후 조조상영을 시작으로 전국 약 79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했다.
기다릴 필요없이 새벽녘 휴대폰과 PC로 '옥자'를 관람한 관객들은 개인 SNS 혹은 각종 커뮤니티에 넷플릭스 가입 인증샷과 함께 옥자 관람 인증샷을 올리면서 '옥자 DAY'를 맞이했다. 스크린 관람을 원한 관객들은 치열한 피켓팅에 성공, 아침 일찍부터 극장을 찾았다.
넷플릭스 관람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내 집 안방에서 갓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를 실시간으로,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지점이다. 극장 상영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손 안에 영화관'이라는 말이 딱이다. 앉아서 볼 수 있고 누워서 볼 수 있다. 편리성 하나만큼은 으뜸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먼저 '옥자'를 관람한 입장에서 역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옥자'를 관람하니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단 휴대폰은 화면이 너무 작아 옥자의 매력이 100%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디테일한 옥자의 피부를 볼 수 없고, 무엇보다 중요한 옥자의 '눈동자'가 주는 느낌도 영화만큼 강하지 않다. '스몰 옥자' 역시 러블리 하지만 스크린에서 본 풍채 좋은 옥자와는 확실히 다르다.
또 극 초반에는 한국의 산골이 주 배경이다 보니 70~80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든다. 속된말로 다소 촌스럽다. 혹자는 '어디선가 심형래가 나타날 것 같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가입시 좋은 화질을 택하지 않았다면 봉준호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을 터. 사운드 역시 한계가 있다. 봉준호 감독이 극장 상영에 욕심을 내고 휴대폰 보다는 PC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관객들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서 각자의 입맛에 따라 '옥자'를 즐길 것이다. 관객들은 '감질맛 나요. 영화관에서 한 번 더 봐야겠습니다' '이러다 집안의 장비만 점점 더 좋아질 듯. 집에서 보니까 편하긴 정말 편하다' 'TV 연결해서 봤더니 그래도 괜찮던데요?'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는가 하면, 집에서 더 재미있게 '옥자' 즐기는 법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지점은 개봉 전부터 우려됐던 불법 유출 피해를 고스란히 당했다는 것. '옥자' 완성본은 개봉 당일부터 여러 P2P 사이트에 올라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서도 '불법 다운받아 보나, 넷플릭스 가입해서 공짜로 보나 똑같은데 왜 불법을 이용할까. 가입도 귀찮은건가' '빅3 극장에서 상영 안 하려고 했던 이유도 이해는 간다' 등 의견을 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옥자'는 한국 영화 개봉사(史)에 한 획을 그었다. 티켓 인증과 가입 인증 혹은 온라인 관람 인증 캡처본이 한 날 한 시 동시에 올라온다는 것 만으로도 '옥자'는 영화 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를 제외하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옥자'를 관람했는지는 넷플릭스 방침상 확인 불가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즐기든 관람 후에 후회가 남지 않을 영화임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