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K리그가 승강제를 도입해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로 나뉜 뒤 줄곧 '강등 후보 1순위'로 손꼽혔다.
인천은 시즌 개막 때마다 경쟁팀들은 물론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강등이 유력한 팀으로 지목받았다. 단순히 시민 구단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약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천은 승강제 실시 이후 항상 시즌 첫 승을 거두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고, 초반 부진을 길게 끌고 가는 팀이었다. 여름 무렵이 돼서야 가까스로 반등 기회를 만들고 치고 올라오는 인천의 모습에 붙은 별명이 바로 '슬로 스타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개막 이후 9경기 만에 간신히 첫 승을 거뒀고, 그 뒤로도 좀처럼 승리와는 거리가 먼 경기력을 보였다. 잦은 오심 논란, 선수들의 부상 등 핑계로 삼을 만한 악재는 여럿 있었다. 그래도 "더 이상 슬로 스타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던 이기형(43) 인천 감독으로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5라운드까지 단 1승에 그치며 순위권 최하위를 맴도는 성적은 인천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슬로 스타터'의 위력은 여름만 되면 살아났다. 인천은 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광주 FC와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홈 8경기 만에 첫 승(1승3무4패)을 거둔 인천은 최근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로 승점을 쌓으며 10위로 뛰어올랐다. 매 시즌 초반 부진하다 이를 털어 내고 반등을 이뤄 내는 '슬로 스타터' 인천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인천은 이제 '생존왕'이라는 또 다른 별명에 걸맞은 후반기를 준비한다.
매 시즌 강등 후보였지만 단 한 번도 강등을 겪지 않은 인천은 K리그의 '생존왕'으로 통한다. 승강제 도입 첫해인 2012년(9위)과 2013년(7위)에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을 오갔고, 그 뒤로 2014년(10위), 2015년(8위), 2016년(10위)에도 하위권을 맴돌지언정 강등권으로 밀려나진 않았다. 여름 반등을 통해 어떻게든 잔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생존왕'이라는 별명 역시 이런 인천의 끈질긴 생존 본능 덕분에 붙여진 별명이다.
현재 인천의 순위는 10위(승점16). 상승세를 탔다곤 해도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방심하긴 어려운 위치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 계획보다는 성적이 저조하다. 강등권을 탈출한 게 아닌 만큼 다가오는 대구 FC전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