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이하 미쟝센)가 지난 6월 29일 개막한 가운데, 희극지왕(코미디) 명예심사위원이 개막식 전 배우 김고은에서 이민지로 돌연 교체된 사유가 전해져 눈길을 끈다.
지난 달 14일 미쟝센 단편영화제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염정아·소지섭·김고은·김상범 편집감독·김옥빈이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드라마)',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판타지)',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 등 다섯 개의 장르별 경쟁부문 명예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고 발표했다.
그 중 김고은은 중 '희극지왕(코미디)' 명예 심사위원으로 발탁돼 심사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26일 미쟝센 측은 돌연 "김고은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워졌다"며 "이민지가 같은 부문 명예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광고' 때문이었다. 김고은은 6월 초 LG생활건강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 엘라스틴 뮤즈로 발탁됐다. 때문에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 미쟝센이 후원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심사위원 선정 당시에는 아무도 광고까지는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한 탓에 공식적으로 심사위원 위촉 소식을 전했지만,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된 후 뒤늦게 관계자들로부터 항의가 쏟아지면서 결국 심사위원이 교체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고은의 빈자리는 라이징 스타 이민지가 채우게 됐다. 이민지는 집행위원장 최동훈 감독을 비롯한 여러 감독과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았다고. "이민지가 명예 심사위원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신인인 것 아니냐"는 일각의 반응도 있지만 영화계 내부 평가는 결코 다르다.
이민지는 한국 독립 영화계의 히로인으로, 출연했던 단편 영화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1년에는 ‘애드벌룬’으로 37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 열린 66회 칸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이프’에서 열연을 펼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단편영화와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은 배우다.
심사위원 교체 해프닝을 겪은 '희극지왕'은 코미디 장르 단편영화들이 모여있는 부문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웃음에서부터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블랙 코미디까지, 평범하고 가벼운 때로는 특별하고 무거운 소재를 통해 재기발랄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전할 것이라는 포부다. 올해는 총 14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