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와 폭우가 쏟아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수중전' 속에서 승전고를 울린 팀은 결국 홈 구장의 주인 수원 삼성이었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9라운드가 열렸다. 수원은 후반 30분 김민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5위 제주와 6위 수원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양 팀의 승점 차이가 1점에 불과해 19라운드 승패에 따라 순위표가 뒤바뀔 수 있었다.
특히 수원과 제주는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 수원은 상위권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었던 앞선 18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에 1-2로 석패하며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제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징계로 인한 주전급의 이탈과 황일수의 중국 슈퍼리그 옌볜 이적설로 선수단 분위기가 어둡다. 수원과 제주의 사령탑이 경기 전부터 필승 의지를 다진 배경이었다.
0-0 평행선을 그리던 승부는 후반 30분에야 갈렸다. '빅버드'는 후반들어 굵어진 빗줄기에 잠식됐다. 수원 선수들은 끊임없이 제주의 문전을 두드렸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번번이 날려보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마저 영향을 받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수원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김민우는 후반 29분 제주 진영 왼쪽 엔드라인까지 돌파 후 고승범에게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연결했다. 그러나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김민우는 다시 이어진 기회에 직접 슈팅을 날렸고, 골은 제주 골키퍼 이창근의 오른쪽을 파고 들었다. 수원은 선제골을 잘 지켜내며 홈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한 수원은 8승 6무 5패 승점 30점으로 3위를 확보했다. 또 홈에서 2승째를 거두며 홈 부진탈출을 위한 기회를 만들었다. 승전고를 울린 수원 구단은 빅버드의 조명탑 전원의 온오프를 반복하며 승리를 자축했고, 수원 팬들은 '만세'를 외치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