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컨디션으로 보기 어려웠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체력도 부침이 큰 시기다. 결과마저 안 좋았다. 한 순간에 무너진 박세웅(22) 얘기다.
박세웅이 시즌 세 번째로 4점 이상 내줬다. 13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피안타 6실점을 내줬다. 1, 2회 선두 타자로 상대한 정근우와 이성열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후 4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2-4번, 이용규-김태균-로사리오 강타자 라인에게 피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이성열에겐 고전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던 이유다.
하지만 7회 흔들렸다. 갑자기 공이 높아졌다. 선두 타자 이성열에게 다시 안타를 맞았고, 후속 하주석에게는 1루수 글러브를 스치고 외야로 흐르는 안타를 내줬다.
이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대주지 못했다. 한화는 양성우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1사 2·3루를 만들어 놓고 최소 1득점이라도 하겠다는 의지다. 박세웅은 공 2개 모두 볼을 던졌다. 높았고 타자는 배트를 뺏다.
3구도 높았다. 1루쪽 관중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볼넷까지 내줬다. 이 볼넷의 여파는 컸다.
무사 만루에서 대타 송광민을 상대한 박세웅은 원 볼에서 129km 포크볼을 던졌다. 그리고 통타당했다.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고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4-2로 앞서 있던 롯데가 4-5로 역전을 허용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박세웅의 포크볼은 다소 밀려들어 갔다. '밀려들어 간다'는 표현은 박세웅이 가끔 하는 표현이다. 떨어지는 각도가 밋밋했다는 의미다. 전반적으로 컨디션도 안 좋았다. 최근 피홈런도 많다. 3경기 연속이다.
전반기 막바지에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6월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117개, 7월 1일 NC전에서 108개, 지난 등판이던 사직 SK전에서 110개를 던졌다. 박세웅은 최근 늘어난 피안타와 피홈런에 대해 "체력 저하 탓은 아니다"고 했다. "현재 몸 상태엔 문제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수치화할 수 없는 피로도를 정확하게 진단 내릴 수 있을까. 그것도 스스로 말이다. 공이 안 좋아지는 시점이 빨라지면 벤치가 조치 해야 한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지 않았다고 해서 '청신호'로 보는 오판을 피해야한다.
박세웅은 5월 30일 대구 삼성전 포함 이후 2경기도 모두 110구 이상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 7경기에서 110구 미만은 두 번 뿐이다. 심지어 이날 한화전에선 손톱도 안 좋았다. 지난 11일 불펜 투구 도중 금이 갔다. 투구를 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선수가 그렇게 말했다. 매 경기 100구를 던지는 투수가 체감으로는 올해 가장 더운 날, 이전 등판에는 없던 변수까지 감수했다. 조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항상 결과론이다. 그래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지양한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 벤치 입장에선 3회 이후 좋은 페이스를 이어간 박세웅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고작' 88개였으니까. 두 번째 투수 선택이 가장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박세웅보다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가 나오면 상대 타자는 더욱 쉽게 공략한다.
벤치의 판단은 나름에 이유가 있다. 그저 박세웅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가장 큰 이유가 '적은' 투구수였다면 향후 접근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설령 선수가 '더 던질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