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걸그룹 멤버로 시작해 드라마의 타이틀롤까지. 서현진(32)의 변화는 놀라웠다. '누구'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4인조 밀크 멤버로 데뷔했다. 팀 해체 후 본격적인 연기자로 전향했다. 지금도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더욱 그랬다. 조연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갔고 MBC '수백향'부터 시청자들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지난해 tvN '또 오해영'으로 흔히 말하는 '한 방'을 터뜨렸다.
서현진은 지난 5월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노미네이트도 처음이었고 시상식장에 온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낯선 상황에 수상은 더욱 값졌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수상 여부를 정말 안 가르쳐줘서 마음 비우고 갔어요. 호명되기 전 5명의 여배우들이 스크린에 나오는데 소름끼쳤어요."
흔히 하는 말로 서현진은 이제 날개를 달았다. 캐스팅 1순위로 불리는 30대 여배우로 우뚝 섰다. 그의 연기 장점 중 하나는 또박또박한 발음이다. 아나운서 뺨치는 발음에서 나오는 대사 전달력은 몰입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만나 들으니 그 전달력은 더했다. 술은 잘 마시지 못해 무알콜로 진행. 술만 안 먹었을 뿐 동네 친구를 만난 듯 3시간 여 수다 한 판을 벌였다.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모든 술이 한 잔이에요.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서요. 즐기지도 않고요. 회식 자리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아요. 그렇다고 술 자리를 안 가는 건 아니고요."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그냥 얼굴이 빨개지고 취하는데 한 잔이 넘어가면 속이 안 좋아요. 어머니는 술을 잘 마시는데 아버지는 못 마셔요."
-근황이 궁금해요. "특별한 건 없어요. 꽤 긴 시간 여행도 다녀왔고 중간에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했고 '무한도전' 방송 나오고요. 최근 3년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는데 '낭만닥터 김사부' 끝낸 후 만끽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작정하고 놀고 있어요."
-백상 첫 수상이었어요. 소감이 남다르겠죠. "아 정말 수상 여부 안 알려주던걸요. '이번에 상 받겠지'가 아니라 처음 초대받은 거라, 언제 백상예술대상 가보겠어'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상을 받게 돼 너무 행복했죠."
-축하 공연 볼 때 눈물 흘리는 모습이 잡혔어요. "울라고 만든 공연이었잖아요.(웃음) 안 울 수가 없는… 반칙이었어요. 공연 시작부터 눈물이 나는 걸 참다가 마지막에 터졌어요."
-공감됐나요. "그럼요. 그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게 뭔지 누구보다 잘 알죠. 후보자로 앉은 배우들 모두 시작할 때 그러했으니깐요.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시상식때 보니 김혜수 씨와 친해보이던데. "영화 '굿바이 싱글'을 함께 했는데 그땐 친하지 못 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에 선배님이 특별출연했는데 그때 처음 보자마자 푼수같은 질문을 막 했어요. 제가 심적으로 힘든 게 있어서 그랬나봐요. 그런데 선배님은 그걸 또 되게 나이스하게 받아주더라고요. 몇 번 안 봤는데 각별해요. 사람이 친해지는데 순서가 있는데 선배님께는 훅 들어갔어요. 그리곤 백상예술대상 1부 끝나고 화장실서 같이 울다가 만났어요. 축하공연 보고 나서 서로 울며 위로했어요."
-작품 제안이 꾸준할 거 같아요. "확실히 예전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는데 뭐가 더 좋은 건진 모르겠어요. 작품을 고를 땐 주변 사람들과 같이 판단하지만 그게 늘 옳은 게 아니니 걱정이 많죠."
-'또 오해영'으로 수상했어요. 의미있는 작품이죠. "사실 연기는 '또 오해영' 전후 변화가 없어요. 정말 대본이 좋은 작품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그런 대본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고요. 배우들 모두 대본 나오기만 기다렸으니깐요."
-그렇게 잘 될 줄 알았나요. "전혀 몰랐죠. 사실 기대작이란 반응은 없었으니깐요. 송현욱 감독님은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하면 오래 찍어요. 이를테면 엔딩 신이요. 그런 신은 10시간 가까이 찍는데 편집 영상을 보여줬어요. 너무 좋았어요.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듯 몰입도가 입더라고요. 이런 퀄리티라면 하루종일 찍어도 괜찮을만큼 잘 나왔어요. 다른 작품보다 슬로우도 많고 2배속도 많았듯 연출과 대본 모두 더할나위 없었죠."
-중간에 멜로 라인도 신선했어요. "처음 딱 보고 좋았는데 끝까지 유지 될 줄 몰랐죠. 저도 그 7~8회 멜로 라인이 좋았어요. 원래 멜로를 쓰려고 한 게 아니었기에 그런 대본이 나온게 신기했어요. 현실서 일어나기 살짝 넘치긴 하지만 여자들은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이죠."
-'재발견'이다는 평가가 많아요. "사실 그런 소리 들으면 오그라들어요. 대단히 잘 한 것도 아닌데 민망해요.(웃음)"
-사실 '오해영' 수식어가 늘 따라다닐 수도 있어요. "모두가 기억하는 캐릭터가 있는 건 감사한 일이죠. 그런 캐릭터를 평생 못 만날 수도 있으니깐요. 스스로도 애정하는 드라마를 대중도 인생작으로 기억해주면 좋죠. 그리고 그 수식어를 다른 걸로 바꾸는 건 제가 노력할 몫이고요."
-정말 발음이 정확해요. "지금은 교정기를 하고 있어서 발음이 좋지 않아요."
-발음에 유의하는 편인가요. "발음 좋은 걸 모르다가 주변서 칭찬해줘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또 대사 할 때 너무 똑부러져 보이는 한계가 있어요. 캐릭터에 맞게 살리려면 유의해야죠."
-한 겨울에 촬영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힘들지 않았나요.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이 20년 지기라 척하면 척이라 배우들은 매우 편했어요. 다른 현장이면 20시간 촬영할걸 저흰 6시간이었요. 한겨울인데 다 세트였어요. 딱 한 번 나갔던가. 엄동설한에 밖에 안 나가는게 어디냐며 다들 좋아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촬영했죠."
-가까이서 본 한석규 씨는 어땠나요. "한석규 선배님 뿐만 아니라 진경·임원희 선배님 모두 좋았어요. 좋은 배우는 많지만 좋은 사람 만나긴 쉽지 않은데 말이죠."
-여행을 좋아하나봐요. "너무 좋아해요. 몽골·네팔·아이슬란드·남미·남극도 다녀왔어요."
-남극 가긴 쉽지 않을텐데. "자유여행으론 못 가고 사전 신청을 해 갈 수 있어요. 11월부터 4월까지 남극의 여름인데 0도에요. 그 곳에 가 보니 그동안 매체를 통해 본 남극의 사진이 잘 찍은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거기선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다 절경이에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처럼 나와요. 가는데 이틀 오는데 이틀. 11일 걸렸어요. "
-전혜빈 씨와 다녀왔던데. 원래 친한 사람과 여행 가지 말라고 하잖아요. "예전에 파트너와 갔을 때 싸우고 온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아니었어요. 혜빈 언니와 너무 잘 맞아요. 신기한게 제가 피곤하면 혜빈 언니도 피곤하고 같이 다리에 쥐 나요. 같이 힘들고 같이 기뻐하고. 최고의 여행 친구죠."
-여행지가면 사람들이 알아보잖아요.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알아보면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은 잘 못 들어줘요. 일이 아니라 제 개인 시간을 쪼개 온 거잖아요. 작품 촬영 중 찍어달라고 하면 당연히 해 드리죠. 상대방도 사진찍어달라고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하고 전 거절할 용기가 필요해요.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고 하면 상대방은 불쾌하겠지만 정말 죄송하죠. 거절하고 30분 후회해요. 그냥 찍을걸."
-광고도 많이 찍었어요. "'또 오해영' 즈음부터 시작해서 10개 남짓이요. 광고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하니 촬영 때마다 더 긴장돼요."
-영화 출연은 드라마보다 적어요. "안 그래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변에서 다들 '영화에 관심없는거 아니었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출연한 작품도 있고요."
-고정 예능 생각은 없나요. "안 할 거 같아 보이는지 별로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토크쇼는 취향 아니에요. 쑥스러워서 제 얘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 프로그램은 좀 거부감이 있어요."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잘못된 소식도 있었어요. "그러게요. 아직 남았는데 말이죠. 그런데 '또 오해영' 끝나고부터 주변에서 '계약 기간이 곧 끝난다며'라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 말이 맞았다면 진작 끝났겠죠."
-걸그룹(밀크) 출신인데 노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나요. "그거 아는 사람 별로 없을 걸요.(웃음) 더욱이 '식샤' '또 오해영'으로 절 알게 된 어린 친구들은 더더욱 밀크를 모를테죠. 노래를 하고 싶을 때는 뮤지컬을 했어요. 지금은 흥이 날 땐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노래를 하려면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줘야하니깐 연습을 꾸준히 해야돼요. 안 하다보면 실력이 떨어져요."
-뮤지컬 계획은요. "민폐 끼치기 싫어서 뮤지컬은 하고 싶지 않아요. 공연 있는 날 레슨을 매일 두시간씩 갔어요. 레슨비로 몇 백만원이 깨질 정도로요.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고 비싼 티켓 돈 주고 사서 온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볼 권리를 주고 싶어요. 그럴려면 잘하는 사람들이 해야죠."
-촬영장에서 제법 선배 위치 아닌가요. "현장서 스태프들을 보면 어린 사람이 훨씬 많아요. 같이 연기했던 (허)영지나 (서)은수 등을 봐도 열 살 어리니깐 나이가 좀 들었다는 생각을 하죠."
-슬럼프가 있었나요. "늘 있어요. 커리어의 들쑥날쑥 패턴은 보이지만 일과 상관없이 슬럼프가 오고 늘 좋지 않았어요. 일할 때가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요. 의식적으로 밝은 기운을 내려고 하고 '업'을 해요. 일하려고 운동하고 바지런하게 움직이죠. 촬영 있을 때 가장 밝고 건강해요. 촬영 끝나면 텐션이 떨어져요."
-배우라는 업이 딱이네요. "공백이 길어지면 차기작을 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1년에 한 작품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앗, 이건 그냥 저의 생각이에요. 이렇게 말하지만 막상 작품하기로 하고 첫 촬영 들어가기 전 '안 한 다고 하면 안돼'라며 도망가고 싶어요."
-연기 안 풀릴 땐 어떻게 하나요. "뒷 연기를 해요. 집에 가면서 다시 해본다는 말이에요. 드라마는 한 번 찍으면 끝이잖아요. 재촬영 요구가 말이 안 되니깐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되면 우는 신 다시 해보고 대사 다시 해보고요. 미련이 남는 거죠."
-'식샤를 합시다' 당시 엄청난 먹방은 실제였나요. "처음부터 감독님의 요구사항이 '꿀꺽'이었어요.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가는 리얼한 장면을 찍자고 했거든요.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먹는 신을 몰아줄테니 삼켜달라고 했어요. 아예 못 먹는 음식은 빼줬어요."
-못 먹는게 있나요. "식성이 까다롭진 않은데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경계심은 있어요. 천엽을 못 먹었어요. 안 먹어봐서 그런지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못 먹겠다고 하니 먹지 말라고 해주더라고요."
-요리는 잘하나요. "못 해요. 그냥 간단한거만 하고 할 줄 아는 거만 하는데 집에 사람들 초대하면 고기 구워요. 요리 안 해도 되잖아요.(웃음)"
-외롭진 않나요. "지난해엔 외로웠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할까.(웃음) 적응한 거 같아요. 지금은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게 연애잖아요."
-결혼은 더더욱 생각이 없겠네요. "부모님도 더이상 결혼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어머니가 급하게 생각해서 선 자리를 알아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러기로 했어요."
-연애관이 궁금해요.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 예전엔 연애와 결혼이 직관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적극적인 편은 아니에요. 내색도 잘 못하고 고백도 잘 못 해요. 상대방이 좋아해주길 바라는 타입이죠."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좋겠죠. "아무래도 그런 사람이 좋죠. 같은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어요. 직업군의 의미가 넓잖아요. 그래서 크게 신경 안 써요."
-평소에는 뭐하나요. "미국드라마를 좋아해요. 집 밖에 안 나가고 미드만 볼 정도로 빠져 있었을 때가 있었죠. 주변서 뭘 봐야하냐고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열할 정도로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해요. 여행 관련 프로그램 좋아하고요. 최근 '어느날 갑자기 백만원'이라는 예능을 봤는데 제가 예전부터 가고 싶어 소장하고 있던 사진이 있는데 거길 옥택연 씨가 캠핑카를 타고 다녀왔더라고요. 너무 부러웠어요."
-요즘 꽂힌 게 있나요. "청소기요. 물걸레 청소기를 구입했는데 너무 좋아요. 강아지를 키우는데 볕이 들면 강아지 발자국이 적나라하게 보여 한 번 사봤는데 성능이 좋아요. 스윽 가면 걸레가 돌돌 말리면서 닦여요. 걸레질에 비해 1/10 밖에 힘이 안 들어요. 그럼에도 손으로 걸레질 하는 것 만큼 잘 닦여요. 소음이 없어 밤에도 사용할 수 있어요.(웃음)"
-하반기 계획이 있나요. "정해진 건 없어요. 드라마를 안 할 수도 있고 계속 놀 수도 있고요.(웃음) 좋은 작품으로 만나뵙는게 우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