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일까? 수혜자일까?" 롯데면세점이 최근 불거진 면세점 특혜 파문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5년 1·2차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심사에서는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로 판명됐지만 이듬해 부당한 과정으로 추가된 특허의 '수혜자'가 된 점에서 논란을 완전히 빗겨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차 때는 '피해자'
16일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는 2015년 7월 1차 면세점 선정, 그해 11월 2차 면세점 재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당시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 1차 선정에서 '매장 면적 평가' '법규 준수도' 등 항목에서 점수를 잘못 매겨 롯데의 평가 총점은 190점 낮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의 평가 총점은 240점 높게 부여했다. 그 결과 롯데는 신규 사업권을 한화에 내줬다.
같은 해 11월 진행된 2차 재심사에서도 관세청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매장 규모 적정성' 등에서 롯데 평가 총점을 과소·차등 부여해 191점 낮게 매겼다. 반면 두타면세점(두산)은 48점만 깎아 롯데 대신 두산에 면세 특허가 돌아갔다.
두 차례 모두 롯데의 점수는 부당하게 깎아 내고 한화·두산에는 점수를 퍼 주면서 사업자 심사 결과를 뒤엎은 것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두 번 연속 억울한 고배를 마신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측은 일부 고의성도 확인했다.
박찬석 재정경제감사국장은 "계량 항목들이 잘못 선정된 과정에서 일부 고의성을 확인했다"며 "윗선에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관세청) 담당자들이 입을 다물어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차 때는 '수혜자'
롯데는 1·2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최대 피해자'인 것이 입증됐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처지다. 이듬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다시 따낸 3차 심사에서의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수혜자'로 신분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관세청장은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할 경우에 한해 30만 명당 특허 수 1개를 발급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청은 '2014년 대비 2015년 서울 외국인 관광객 증가분' 통계를 사용해야 함에도 전년도 통계를 사용해 특허를 과다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관세청 규정상 신규 면세사업자를 추가할 수 없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 등을 통해 면세사업자를 기존 1개에서 4개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전광춘 감사원 대변인은 "관세청이 기재부로부터 요청받은 4개 특허 수를 맞추기 위해 기초 자료를 왜곡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 손에 달린 롯데의 운명
면세점 과다 발급에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롯데 월드타워점의 운명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는 2번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이후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면세점 사업에 도움을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K스포츠 재단 자금을 요구했다. 두 달 후 롯데는 계열사를 동원해 70억원을 출연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았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월드타워점을 되찾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 담당 직원인 김모씨는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판에 나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김낙회 관세청장의 지시에 따라 면세점 특허 신규 추가 마련 방안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롯데와 SK를 구제해 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그동안 특허 취소와 관련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한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는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가 된 셈"이라며 "향후 검찰의 수사 결과 면세점 사업 특혜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앞선 1·2차 심사가 공정했다면 3차 추가 신규 특허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1차와 2차 선정에서 관세청이 공정하게 점수를 평가했다면 3차 추가 특허와 관련된 논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지면서 롯데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