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가 프로축구의 '문제아'로 전락했다.
16일 제주와 FC 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벌어진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홈팀 제주 서포터스들이 단체 응원을 보이콧하는 보기 드문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경기장에 나와 침묵을 지키는 동시에 '구단은 불통, 팬들은 분통' '얼마나 더 실망시킬 셈인가' 등이 적힌 현수막을 거꾸로 걸었다. 제주 구단이 최근 휩싸인 연고지 이전설에 대해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자 팬들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 구단은 내년 1월이면 연고계약이 끝나는데 경기도 용인시가 프로축구단 유치에 나서면서 제주가 떠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이에 장석수 대표이사는 17일 "연고이전을 추진한 적 없다"고 뒤늦은 해명했다. 제주가 연고 이전설에 휩싸인지 약 2주만이다. 제주 팬들은 "진작 구단의 공식적인 해명만 있었다면 이토록 동요하진 않을 것"이라며 "제주가 약속한 팬들과의 소통은 어디로 간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는 올 시즌 이미 한 차례 '대형사고'를 친 장본인이다. 지난 5월 31일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0-3 패)에서 폭력을 휘둘러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벤치 멤버였던 백동규(26)는 우라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했고, 권한진(29)은 제주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한 우라와 선수를 쫓아갔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조용형(34)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뒤 심판과 신체적 접촉을 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관계자는 "일부 우라와 선수들이 우리 벤치를 향해 조롱하는 제스처를 취해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축구계의 반응이다. AFC 징계위원회는 조용형에게 6개월 자격정지(제재금 2만 달러 포함), 백동규에게 3개월 자격정지(제재금 1만5000달러), 권한진에게 2경기 출전정지(제재금 1000달러)를 명령했다. 제주는 AFC에 재심의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경기력까지 최악이다.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달리던 제주는 5위까지 추락해 상위 스플릿(1~6위) 진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주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고작 1승(1무3패)을 기록 중이다. 상위 6팀 중 성적이 가장 나쁘다. 그렇다 보니 최근 '승점 자판기'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경쟁팀 선수들 사이에서는 "연패를 기록해도 걱정 없다. 제주를 잡고 분위기 반전하면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순간에 무너진 제주, 이제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신하던 이들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