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포크레인(이주형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이주형 감독만 참석해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한 소감과 연출 이유,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전했다. 주연배우 엄태웅은 끝내 불참했다.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 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좇아가는 진실 추적 드라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시위 진압군들의 상처를 다루며 5·18의 이면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다.
이주형 감독은 "느린 포크레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설정은 굉장히 판타지스럽다.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포크레인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탱크의 궤도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하나의 몸으로 생각했다. 포크레인을 끌고 다니면서 상처를 내고 기스를 내면서 가학적이기도 하지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그리고 포크레인의 바가지는 숨겨져 있는, 숨기고자 했던 진실을 꺼내고자 하는 그러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내고 싶었다. 빛바랜 과거와도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포크레인'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치명적 스캔들에 휩싸인 후 선택한 엄태웅의 첫 복귀작이기 때문. 엄태웅은 여전히 민감함을 느낀 듯 시사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자신의 근황과 현 심경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이주형 감독은 "이 작품은 5년 전부터 김기덕 감독이 준비했던 작품이다. 들어가기 어렵고 힘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해야겠고, 이 시기에 마땅히 나와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시나리오가 나에게 왔을 때 어떤 힘을 얻었다. '무조건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엄태웅을 캐스팅하기 위해 끝없이 엄태웅에게 제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이주형 감독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은 맞다. 고민할 것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이 김기덕 감독님의 시나리오였던 것처럼, 엄태웅 배우도 시나리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고 전했다.
또 "물론 엄태웅 배우는 거절을 여러번 했다. 기다리는 시간도 꽤 길었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도 맞다"며 "그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와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엄태웅 선배에게 '김강일?'이라는 메시지와 영상 하나가 메시지로 왔다. 포크레인을 연습하고 계시더라. 아는 지인 분을 찾아가서 아무 말 없이 연습하는 과정을 찍어 보내신 것이다. 너무나 깊은 회답이었다"며 "그 때부터 영화는 시작됐고 그 날부터 엄태웅 배우는 몇 주에 걸쳐 포크레인을 연습해 대역없이 모든 연기를 소화했다. 끝날 때 즘엔 보통 포크레인 기사님을 수준까지 실력이 올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왜 엄태웅이어야만 했냐"는 질문에는 "김기덕 감독이 오래 전 준비해 둔 포크레인과 여러 배우를 매칭해 봤는데 엄태웅 배우가 가장 어울렸다. 일명 꽂혔다"며 "특별히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내공 깊숙한 곳에서 모든 감정이 우러나길 바랐다. 엄태웅 배우가 너무 잘 연기해 줬다"고 진심을 표했다.
'포크레인'이 개봉하는 시기, 공교롭게도 같은 5.18 소재를 다룬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역시 개봉한다. 다른 점은 '택시운전사'는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 본 피해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고, '포크레인'은 가해자로 분류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이끄는 주인공 김강일(엄태웅)은 "왜 우리를 그 곳에 보냈냐"는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하며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주형 감독은 "내 생각에 지난 정권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어도 좋았을 것 같다. 사실 이미 많은 영화가 이 소재를 다뤘다. '화려한휴가' '26년' 등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아직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는 이 시점에 더 각성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고 토로했다.
'택시운전사'와 '포크레인' 모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한 이주형 감독은 "다만 내가 이면을 표현한 이유는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해자 피해자의 양 벽을 없애고 싶었고, 이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대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 속 형사가 이야기 하듯이 '좋은게 좋은 것 아니냐. 묻어두고 살지 왜 그러냐'는데 우리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그 묻어뒀던 것을 꺼낸다"며 "주목받는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