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9일까지 치른 91경기에서 백투백홈런(연속 타자 홈런)을 총 9번 만들어 냈다. 올 시즌 리그에서 나온 36번 중 25%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KBO 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한 시즌 백투백홈런 14회를 기록하게 된다. 선수를 가리지 않고 홈런쇼가 펼쳐지고 있다.
2000년 현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시 현대는 총 14번의 백투백홈런을 작성했다. 말 그대로 '살인 타선'이었다. 팀 홈런이 208개로 리그 역대 3위. 세부 성적은 더 압도적이었다. 1번 전준호를 제외하고 2~9번 타자가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쳐 냈다. 톰 퀸란(37홈런)·박재홍(32홈런)·박경완(40홈런)·에디 윌리엄스(12개)는 물론이고 하위타선에 배치된 박진만까지 15홈런을 터뜨렸다. 전체 팀 홈런 수는 2003년 삼성(213개)과 1999년 해태(210개)에 뒤졌지만 임팩트는 강렬했다.
몰아치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00년 4월 5일 한화전과 5월 19일 한화전에선 1경기에서 각각 홈런 10개를 쏟아 내며 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특히 4월 5일 경기에선 한 이닝 역대 최다인 홈런 5개를 터뜨렸고, 7회와 8회에는 연속 이닝 연속 타자 홈런(7회 박종호·박재홍, 8회 윌리엄스·심재학)으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그해 5월에 기록한 월간 홈런 50개는 1999년 5월 해태(52개)에 이은 역대 2위. 백투백홈런이 많았던 건 어떤 타순에서도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강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SK는 2000년 현대와 비슷하다. 간판타자 최정을 중심으로 타선 곳곳에서 홈런이 터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타순이 척척 맞아 돌아간다. 역대 가장 많은 팀 홈런 253개 페이스. 한동민과 김동엽, 제이미 로맥을 비롯해 나주환, 정의윤까지 타순을 가리지 않고 홈런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처럼 상하위 타선에서 고르게 홈런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중심타선의 힘은 뒤지지 않는다. 6월에만 4번의 백투백홈런을 합작했을 정도로 위력을 더해 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