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계부터 '예비 1000만 영화'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가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 이래 멀티캐스팅 대작을 처음으로 택한 배우 소지섭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류 1세대로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무대에서 사랑받는 소지섭이지만 이름값에 비해 충무로 필모그래피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영화 출연 편 수 자체가 적은 것도 맞지만 어떤 이유를 들어도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눈에 띄는 외모에 화면을 장악하는 피지컬 그리고 연기력까지 왜 브라운관만큼 스크린에서 통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름 다양한 장르를 선택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002년 코믹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임경수 감독)'를 통해 스크린 문을 두드린 소지섭은 2008년 강지환과 투톱 호흡을 맞춘 '영화는 영화다(장훈 감독)'로 반짝 빛을 발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잘나가는 시기에 중국으로 건너가 '소피의 연애 매뉴얼'을 촬영했고, 3년 만에 선택한 복귀작은 한효주와의 멜로 '오직 그대만(송일곤 감독)'이었다.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변화를 꾀했지만 대박 흥행을 일궈 내지는 못했다. 이듬해 원톱 주연으로 활약한 액션물 '회사원(임상윤 감독)' 역시 마찬가지. 우연인지, 운명인지 세 작품 모두 100만 명을 갓 넘은 성적표로 '소지섭 티켓파워는 100만 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나마 흥행의 맛을 본 작품이라면 2014년 개봉해 624만7652명을 동원한 '사도(이준익 감독)'다. 다만 소지섭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는 아니다. 소지섭은 극 중 정조 역을 맡아 영화 말미에 아주 잠깐 특별 출연했다. 따지고 보면 2002년 데뷔 이래 15년간 이어진 스크린 잔혹사인 셈.
배우로서 스크린 성적만 제외하고는 이룰 것을 다 이룬 소지섭이다. 모든 것을 흥행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소지섭의 '군함도' 출연 결정이 어떤 배우보다 반가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캐릭터도 남다르다. 조선의 주먹 최칠성이다. 전매특허 멜로도 빠질 수 없다. 묵직한 남성미에 '츤데레 로맨티스트'의 매력까지 더했다. 생애 첫 멀티캐스팅 영화로 황정민·송중기·이정현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다.
'군함도'는 여름 시장 최전선에서 한 주 차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와 격돌한다. '택시운전사'는 얄궂게도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두 사람은 9년 만에 한 무대에서 빅매치를 펼치게 됐다. 두 영화 모두 올 여름 시장 1000만 명 관객을 노리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미 관객 수 1000만 명을 여러 번 맛본 '군함도'의 황정민, '택시운전사' 송강호의 '1000만 도장깨기'보다 소지섭의 1000만 클럽 가입에 더 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군함도'의 세 남자 주인공 중 황정민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표작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송중기는 군 입대 전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이라는 걸출한 대표작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아역 김수안도 지난해 '부산행(연상호 감독)'을 통해 1000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군함도'가 대박 흥행에 성공한다면 '배우 소지섭'에게 가장 남다른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군함도' 최고 수혜자로 주저 없이 소지섭을 꼽고 있다. 모든 배우들이 맡은 바 최선을 다했지만 180도 다른 분위기로 흥미를 돋우는 도전 의식을 보인 배우는 소지섭이 으뜸이라는 평이다. 인상을 팍 쓴 소지섭도, 차진 욕설을 내뱉는 소지섭도 낯설지만 분명 매력적이다.
한 관계자는 "'부산행' '밀정'의 공유, '공조' 현빈, '더킹' 조인성에 이어 '군함도' 소지섭이 스크린 내 입지를 굳히지 않을까 싶다. 20대 스타성을 발휘한 배우들이 30대 후반에 들어 스크린을 점령하는 모양새다. 좋은 성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군함도'를 찍은 소지섭의 다음 작품은 멜로물. 파트너는 충무로 여배우 티켓파워 1위에 빛나는 손예진이다. 소지섭이 흥행에 대한 목마름을 '군함도' 한 편으로 싹 씻어 낼지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