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김선아만 있는 게 아니다.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 속 드라마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김희선(우아진)을 중심으로 그의 남편 정상훈(안재석)과 형님인 서정연(박주미)·강남 엄마 모임의 일원인 유서진(차기옥)과 딸 이채미(안지후)까지. 모두들 자신의 캐릭터를 120% 활용하며 '품위있는 그녀'를 이끄는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정상훈 나이 : 41세 데뷔 : 1998년 '나 어때'
우리에겐 '양꼬치엔 칭따오'로 더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드라마에 감초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고 tvN 'SNL 코리아'에 나오면서 코믹 연기 진가를 드러냈다. 콩트서 하던 '칭따오'로 광고까지 찍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기세를 몰아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 본처를 두고 바람난 남편을 연기하지만 어딘가 무작정 미워할 수 없다.
김희선이라는 아내를 두고 딸의 미술선생님인 이태임(윤성희)과 눈이 맞았다. '헌 부인' 김희선과는 죽어도 이혼할 수 없고 '새 부인' 이태임도 놓칠 수 없다. '상생'을 목표로 하는 그의 억지가 물려가지만 슬슬 두 여자에게 버림받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거지꼴로 길거리로 내쫓길 수도 있는 그의 엔딩이 매우 궁금하다.
유서진 나이 : 40세 데뷔 1996년 MBC 공채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가든' 속 현빈 주치의로 눈에 익다. 그리곤 홈쇼핑에 나와 화장품을 팔던 모습이 눈에 훤하다. 강렬하게 잘라낸 머리칼은 걸크러쉬 매력을 느끼기 충분하다. 극중에서도 똑같다. 다른 강남 엄마들보다는 조금 거칠다. 정작 자신의 남편이 모임 일원과 바람이 난 걸 꿈에도 모른다.
유서진과 정다혜(오경희)의 '파스타 귀싸대기'는 드라마의 압권이다. 뻔뻔하게 브런치 모임에 나온 정다혜를 향해 눈을 희번덕 거리더니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 친다. 그것도 모자라 뜨거운 파스타를 얼굴을 향해 던졌다. TV캐스트 93만명이 본 명장면으로 꼽힌다. 남편과 관계가 어찌될지, 강남 엄마 모임 해체 여부도 그의 손에 달렸다.
서정연 나이 : 47세 데뷔 : 1996년 연극
지난해 '태양의 후예'에서 강단 있는 간호팀장 하자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피고인' '김과장' 등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만큼 연극 무대서 잔뼈 굵은 배우다. 김선아(박복자)와 사사건건 트러블이다. 처음 김선아가 대저택으로 입성한 날부터 둘의 사이는 얽히고 설켰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들의 관계는 급기야 협박이 난무한다.
서정연의 연기선은 대부분 분노다. 초반에는 김선아의 뺨도 때리고 소리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은 섬뜩해졌다. 마침내 김선아의 덜미를 잡았고 그것을 이용해 주변인들을 조여온다. 대저택의 큰 그림을 그리며 서서히 원기회복 중인 그의 후반부가 기대된다.
이채미 나이 : 11세 데뷔 : 2012년 '그래도 당신'
드라마 속 가장 멀쩡한 유일무이 캐릭터다. 어른들이 사랑 싸움과 돈에 눈이 멀 때 유일하게 모든 걸 지켜보며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아이다. 철없는 아빠와 생각 많은 엄마 사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등하교 차 뒷좌석에 앉아 어른들의 전화만 엿듣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빠는 왜 미술선생님과 함께 있는 지 걱정한다.
특히 이태임과 마지막 수업, 그에게 건넨 엄지손가락이 뒤집힌 그림은 통쾌 상쾌했다. 실제 김희선은 "채미와 연기할 때 집에 있는 딸이 생각나 눈물이 너무 났다. 나는 어깨만 나오는 장면인데 계속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거려 NG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