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28)가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레나도는 지난 27일 대구 NC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부상으로 도중에 강판됐다. 0-4로 뒤진 3회 선두 타자 박석민의 직선 타구에 오른손을 맞았다. 펄쩍 뛰며 고통을 호소한 레나도는 정밀 검진 결과 오른쪽 중수골 기저부 골절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음 날인 28일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번 부상은 경기 중 돌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나왔다. 막을 길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구단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벌써 세 번째 전력 이탈이라서다.
게다가 삼성은 레나도에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만큼 크게 기대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일찌감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금 10만 달러에 연봉 95만 달러, 총액 105만 달러(약12억원)의 조건이다. 2010년 명문팀 보스턴에 1라운드(전체 39순위)로 지명됐고 미국에서도 유망주로 분류됐던 선수다. 큰 키(204cm)에서 내리꽂는 직구와 위력적인 커브를 보유했다. 빅리그 통산 20경기(5승5패 평균자책점 7.01) 가운데 선발로 14차례 등판한 경험도 있다. 빠른공을 바탕으로 한 에이스급 활약을 기대했다.
그런데 시즌이 개막도 하기 전에 이탈했다. 3월 말 시범 경기에서 상대 타자의 타구에 팔뚝을 맞았다. 정작 부상 부위는 팔이 아닌 가래톳이었다. 개막 두 달이 다 돼서야 돌아왔다. 5월 24일 대구 kt전에서 정규 시즌 첫선을 보였지만 5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구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 시즌 총 11차례 등판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6.8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6이닝 3실점 이하 퀄리티스타트 투구는 단 한 차례였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50㎞대가 아닌 140㎞ 초반대에 그쳤다. 레나도의 장점 중 한 가지는 하이 패스트볼이다. 그런데 직구 스피드와 구위가 떨어지자 변화구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이 4.96에 이를 만큼 제구력도 별로였다.
가뜩이나 삼성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팀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목이 빠져라 기다린 외국인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해 내기는커녕 팀 내 선발진 중 가장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부상 전에도 휴식과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레나도를 지난달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바 있다.
레나도가 복귀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구단에선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재크 페트릭도 경기 도중 옆구리를 다쳐 1군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결국 삼성은 올해도 외국인 투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리빌딩 중인 삼성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