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는 수상한 가수다. 2014년 무명 여성래퍼에서 2015년 Mnet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을 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린지 1년 반도 채 지나지 않아 음원퀸 수식어를 안았다. 헤이즈는 어떻게 차트 급성장을 이뤘을까.
가온차트 최근 조사에 따르면 헤이즈가 지난 6월 26일 발표한 EP앨범 '///(너 먹구름 비)' 더블 타이틀곡 '비도 오고 그래서'는 2017년 27주차(7/2~7/8) 879만98건, 28주차(7/9~ 7/15) 863만7,090건을 기록했다. 중복 스트리밍이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지난해 부터 800만 스트리밍 고지를 밟은 노래는 아이유 '팔레트'·'사랑이 잘'과 MBC '무한도전-역사특집'에서 황광희와 개코가 부른 '당신의 밤'을 포함해 총 4곡 뿐이다.
이중에서 헤이즈는 2주 연속 800만 건 이상 스트리밍 수를 돌파하는 신기록 주인공이다. 그동안 '음원깡패' 수식어를 달고 수많은 가수들이 컴백을 했지만 헤이즈처럼 단시간에 음원 시장을 점령한 사례는 처음이다. 한 관계자는 "장마철에 딱 어울리는 기획을 들고 시의성있게 컴백했다. 앨범명과 재킷부터 노래 제목까지 제대로 장마전선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즌송 노림수가 통했다는 것만으로는 헤이즈의 성과를 인정하기 어렵다. 아이유는 지드래곤과 혁오라는 대중의 지지를 받은 가수들과의 시너지를 냈다. '당신의 밤' 경우엔 '무한도전'이라는 국민예능이 있었기에 스트리밍 기록을 낼 수 있었다. 특히 거론된 아이유·개코 등은 음악적 역량을 입증하기 위한 오랜 시간을 거친 반면 헤이즈는 단숨에 차트를 치고 들어왔다.
그 비결엔 막강한 배후 CJ E&M이 거론된다. 헤이즈는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2'로 Mnet과 인연을 맺고 CJ E&M의 기획 아래 래퍼에서 힙합 알앤비 가수로 방향을 틀었다.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장르를 입었고 실력파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갔다. 인기 아이돌부터 래퍼·프로듀서팀까지 다채롭게 호흡할 수 있었고 '비도 오고 그래서'에서는 포맨 신용재가 가창력으로 곡의 쓸쓸한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또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CJ E&M의 매장에 한 번씩만 나온다고 해도 그 효과는 엄청나다.
소속사가 아무리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그러한 특혜를 쉽게 얻는 다는 건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한 관계자는 "요즘 차트는 20대에 특화되어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이들은 노래듣기를 일상으로 한다. 노래 하나가 주는 절절한 감동에 감탄하고 몰입하는 시대가 아니라, 카페같은 조용한 공간이나 이동 중에 자신의 할일을 하면서 듣기 편한 노래를 추구한다"며 "평범한 노래라도 트렌디하다는 이미지가 씌워졌을 때 그 시너지는 더욱 거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