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27)과 구자욱(24)은 삼성의 '미래'다. 이들의 2017년 목표 중 한 가지는 전 경기 출장이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대단한 도전이다.
전 경기 출장은 KBO가 시즌 종료 후 공식적으로 시상하는 개인 타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과 팀을 위해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장기 레이스를 소화한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그만큼 기량이 출중하고 한 시즌 내내 몸 관리를 잘했다는 '훈장'과도 같다.
올 시즌 팀당 100경기 내외를 소화한 가운데 올 시즌 '개근상'에 도전하는 선수는 총 5명이다. 박해민과 구자욱(이상 105경기)을 비롯해 이정후(19·넥센)가 104경기, 손아섭(29·롯데)이 103경기에 각각 출장 중이다. 두산 김재환(29)도 100경기에 모두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박해민, 2014년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출장
박해민과 구자욱은 전 경기 출장에 대한 목표 의식이 아주 강하다. 박해민은 언뜻 봐선 단단한 체격 조건은 아니다. 그런데 체력은 아주 강하다. 2015년 이미 한 차례 전 경기(144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허리 통증으로 3경기에 빠졌을 뿐 총 141경기에 나갔다.
2014년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2013년 단 1경기 출전에 그친 박해민은 2014년부터 올 시즌 8월 6일까지 509경기에 나섰다. 그 다음으로 많이 출장한 선수가 NC 나성범(494경기)이다. 10경기 넘게 차이가 난다. 박해민의 체력 소모를 감안하면 전 경기 출장은 더욱 대단해 보인다. 그의 전매특허는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자주 몸을 던진다. 뛰면 뛸수록 체력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잦은 슬라이딩과 허슬 플레이로 인해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실 날이 없다. 여기에 박해민은 팀의 1번타자를 맡고 있다. 그만큼 타석(458타석, 3위)도 자주 돌아온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달리고 또 달린다. 올 시즌에도 도루 32개로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kt 이대형(23개)보다 9개나 더 많다. 사실상 도루왕 3연패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누구보다 간절함을 잘 알기에 전 경기 출장 의욕이 강하다. 육성 선수로 입단한 2012년에 그는 "훈련이 끝나고 숙소에서 야구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과연 1군에서 뛸 수 있을까', '등번호부터 먼저 (정식 선수를 의미하는) 두 자릿 수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박해민은 "요즘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 한 시즌 동안 큰 부상 없이 성적도 어느 정도 유지돼야 전 경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동안, 박해민은 리그 최고의 수비 능력과 주루 실력을 자랑하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구자욱, 개인 최초이자 전 경기 '선발' 출장 도전
구자욱은 1군 3년차인 올해 개인 처음으로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한다. 더욱 의미가 깊은 건 팀이 소화한 105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 경기 선발 출장은 구자욱과 김재환, 둘뿐이다. 3번타자인 구자욱은 팀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는 손아섭(480타석)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468타석에 들어섰다.
'포스트 이승엽'으로 평가받는 구자욱은 올 시즌 변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나름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 2년간 3할4푼대 타율로 정확성을 과시했다면, 올해는 중심타자라는 자리에 걸맞게 장타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이자 첫 20홈런까지 단 1개만 남겨놓고 있다. 2루타는 29개로 KIA 최형우와 공동 1위다. 타점은 82개로 4위에 올라있다. 실력과 인기를 두루 갖춘 삼성의 간판 스타로 성장했다.
구자욱은 그동안 스타팅 라인업에서 빠진 적이 없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단계 성장을 위해선 '이 또한 이겨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전반기가 끝난 뒤부터 처음으로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다. 체력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다.
그는 늘 '승리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풀 타임 출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아프지 않고 전 경기에 꼭 나서고 싶다"며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이상 선수는 모든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