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달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 이어 국내산 달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대형마트는 물론 슈퍼마켓·편의점·온라인 쇼핑 업체 등이 일제히 달걀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물량이 부족해 일부 달걀 판매가 중단된 적은 있지만 유통 기업들이 모두 달걀을 팔지 않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달걀 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달걀 대란'을 넘어 '달걀 지옥'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살충제 달걀' 국내 상륙… 달걀 유통 사실상 전면 중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광주의 2개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국내산 달걀에서 해당 살충제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해당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에 대한 유통·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할 경우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또 15일 자정부터 전국 모든 농장의 달걀 출하를 중지시키고, 3000수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든 상업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실시해 합격 농장의 달걀만 출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CU·GS25등 전국 편의점 등도 15일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달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3사는 "고객 안심 차원에서 당분간 모든 점포에서 달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 2120개 매장을 운영 중인 농협하나로마트도 이날부터 달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편의점 씨유(CU)도 이날부터 전국 1만여 개 점포에서 생란과 가공란 및 국내산 달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간편식 전 제품에 대해 신규 발주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CU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달걀 제품에 대한 판매와 발주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으며 이외에 롯데슈퍼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GS슈퍼마켓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쿠팡과 위메프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로 생란과 구운 달걀·과자류 등 달걀 관련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주요 유통 채널들이 일제히 모든 달걀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상 초유의 사태에 상당한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달걀 없는 추석상' 우려
유통 기업들의 즉각적인 달걀 판매 중단 소식에 업계에서는 성수기인 추석(10월 4일)을 앞두고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달걀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달걀 시장은 지난겨울 전국을 휩쓴 AI 여파로 생산 기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격 역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달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5350원)보다 2245원이나 비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산 달걀을 수입하는 등의 조치로 달걀 가격을 소폭 낮췄지만 이번 살충제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달걀 수입을 확대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물량 부족 때문에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은 달걀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달걀 성수기인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달걀 대란'을 넘어 '달걀 지옥'에 가까운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달걀 없이 추석상을 차리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15일 20만 수 이상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16일부터는 평상시 달걀 유통량의 25% 정도가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모든 산란계 농장 대상의 전수조사를 3일 내에 완료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