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감독이 14일 발표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31일)과 10차전 우즈베키스탄(9월 6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 속에 이동국(38·전북 현대) 이름이 들어있자 나온 반응이다.
그 행간에는 의문의 물음표(?)가 깊게 깔려 있다. 이동국 발탁을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분명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축구 팬들도 존재한다. 이 물음은 38세 노장의 발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공통 질문이다.
1998년 5월 자메이카와 친선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동국이 이란전에 출전하게 된다며 역대 최장기간 대표팀 A매치 출전 1위(19년107일)를 기록한다.
19년 동안 이동국의 이름이 나오는 것에 이들은 한국 축구의 '정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 같다. '과거에 얽매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질문에 신 감독이 답했다.
"나이는 상관없다. 대표팀은 '현재'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가는 곳이다." 신 감독은 이 철학을 철저히 따랐을 뿐이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노장이라고 해서 실력이 없는데 뽑지 않았다. 내가 볼 땐 K리그 최고 선수"라며 "이동국 경기를 꾸준히 봤고 움직임이 좋았다. 골 외에도 문전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찔러주는 패스가 최고다. 내가 선호하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 말대로 현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이동국보다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원톱 공격수는 찾기 힘들다. 시즌 초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복귀 뒤 강렬한 몸놀림을 보였다. 선수 칭찬에 인색한 최강희(58) 전북 감독도 "이동국의 몸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고 만족감을 내비칠 정도다.
골수로는 양동현(31·포항 스틸러스·15골)이 이동국보다 4배 가까이 많지만 신 감독은 포항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라 제외했다. 이동국은 눈으로 보이는 골은 적다. 4골이다. 하지만 골 찬스를 만들어 내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에 신 감독은 큰 점수를 줬다.
답은 나왔다. 19년 전 이동국도 대표팀에 필요했고, 지금 이동국도 대표팀에 도움이 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동국 발탁 자체를 '과거로의 회귀'로 단정 짓기 힘든 이유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
이동국이 불편한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변화와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면서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해법을 가장한 강요'다.
특히 방향을 잘못 짚었다.
먼저 스포츠 세계에서 양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뒤로 물러나는 경우도 없다. 잘하면 버티는 것이고 더 잘하는 이가 등장하면 내려오는 것이 순리다. 자연스러운 순환이 스포츠 전체 경쟁력을 높인다. 따라서 K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자랑하는 이동국이 내려올 이유는 없다.
잘못된 방향의 핵심은 대표팀에 새로운 공격수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이동국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축구 구조적 문제점에서 찾아야 한다. K리그는 외인 공격수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공격수는 외인들과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런 현상은 한국 유소년들의 공격수 기피로 이어졌다. 대표팀 공격수 부재 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2의 이동국'이 지금까지 등장하지 못한 이유다. 이동국 발탁에 한탄하기보다 한국 축구 전체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다.
'이동국이 양보한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동국이 불편해도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2경기에서 미래를 위한 실험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 A매치 103경기를 뛴 이동국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이동국은 2012년 2월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에서 1골을 넣으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국이 위기에서 한국 축구를 구한 순간이다.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월드컵에 탈락할 수 있었다.
또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경험은 이동국을 따라올 자가 없다. 이란은 6번 만나 2골을 넣었고 4승2패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무적을 자랑한다. 6번 출전해 4승2무를 이끌면서 4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은 나태해진 젊은 선수들의 태극마크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마흔이 다 된 이동국이 열심히 뛰는데 후배들이 살살 뛰겠는가. 이동국으로 인해 정신력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대표팀은 중요한 시기다.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출전 시간이 주어지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 반드시 월드컵 진출을 이뤄내겠다."
이동국이 약속한 말이다.
한국 축구는 최대 위기의 순간 이동국을 선택했다. 신 감독은 자신의 운명을 이동국에게 맡겼다. 이동국 역시 '영웅'과 '역적'의 갈림길에 섰다.
이렇게 된 이상 믿을 수밖에 없다. 이동국 발탁에 관한 논란으로 힘을 뺄 여유가 없다. 모두가 바라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위해서, 한 마음으로 신태용팀과 이동국을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