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그랬듯 이번 시즌도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명문 구단의 싸움이 될 전망인데 양 팀의 대표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의 발끝에 팀의 운명이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메라리가가 탄생한 지난 1929년 이후로 레알 마드리드는 우승 33회·준우승 23회를 달성했고, 바르셀로나는 우승 24회·준우승 25회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쌓았다. 3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우승 10회·준우승 8회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리그 2연패에 도전한다.
최근 호날두는 축구 인생의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가 이끈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5월 4일 벌어진 유벤투스(이탈리아)와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1 승리를 거두며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의 별칭)'를 들어 올렸다. 더블(리그·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유벤투스가 자랑하는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39)을 뚫고 두 골을 몰아친 호날두는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 14일 수페르코파 1차전(레알 마드리드 3-1 승)으로 치러진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에서도 건재를 과시했다. 호날두는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바르샤 골망 상단 구석을 흔들었다. 호날두는 골을 넣자마자 유니폼을 벗어젖힌 뒤 자신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쪽을 캄프누 바르샤 팬들에게 들어 보였다. 그는 상의 탈의 금지 규정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으며, 2분 뒤 할리우드 액션을 지적받고 옐로카드 한 장을 추가해 결국 퇴장당했다.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 중인 그에게 변수는 있다. 바르셀로나전 퇴장 과정에서 항의하다 주심의 등을 손으로 밀쳐 스페인축구협회로부터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지난 14일 호날두가 레드카드를 받아 1경기, 심판 밀치기로 4경기 등 총 5경기 출전 금지를 당했다"고 밝혔다. 호날두는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바르셀로나와 수페르코파 2차전은 물론 개막 후 리그 4경기를 연달아 뛸 수 없다. 다행인 것은 호날두를 제외한 공격 삼각편대 'BBC(벤제마·베일·호날두)' 멤버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 및 토니 크로스, 세르히오 라모스, 마르셀로 등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레알 마드리드 부임 1년 6개월 만에 우승컵 3개(리그 1회·UEFA 챔피언스리그 2회)를 안기며 명장 반열에 올라선 지네딘 지단 감독의 리더십도 호날두의 존재만큼이나 든든하다.
'축구의 신' 메시는 준우승팀 바르셀로나의 왕좌 복귀에 앞장선다. 메시도 호날두만큼이나 뛰어난 골 감각을 유지 중이다. 그는 지난 시즌 호날두(25골)를 밀어내고 리그 득점왕(37골)을 차지하며 골잡이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그런데 이번 시즌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반격에 나서야 할 바르셀로나가 전력에 최근 큰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메시의 후계자로 불리던 네이마르(25·파리 생제르맹)를 잃었다. 메시 다음으로 골 감각이 좋은 네이마르가 떠나면서 BBC를 제치고 리그 최강 공격진으로 불리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이 무너졌다.
실제로 지난 14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네이마르의 공백은 컸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후반 32분 메시가 페널티킥을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네이마르 자리에 들어온 선수들은 레알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메시도 홀로 레알 수비진을 뚫어 보려 했지만 MSN 시절에 비하면 쉽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15일 광저우 헝다(중국)에서 뛰던 브라질 국가대표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영입했지만 네이마르의 대체자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유럽 각 빅리그에서 돋보이는 신예 오스만 뎀벨레(도르트문트), 필리페 쿠티뉴(리버풀) 등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소속팀의 반대로 이적이 쉽지 않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 이어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신임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도 복병은 '3인자' 앙투안 그리즈만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다. 화려한 드리블에 뛰어난 골결정력을 보유한 그리즈만은 호날두와 메시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 재목으로 극찬받는다. 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리더십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2017~2018시즌 프리메라리가는 19일(한국시간) 오전 3시15분에 스페인 레가네스의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부타르케에서 열리는 CD 레가네스와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